오늘 발인…오전 8시15분께 신촌 빈소서 장지로
"할머니들 입맛 맞춰 밥 두번 지을 정도로 노력"
"신앙생활도 포기하고 헌신…목사가 딸로 오해"
지난 6일 돌연 극단선택…"검찰 과잉수사" 주장
16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일해 온 서울 마포구 위안부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10일 영면에 들었다. 여성인권운동가와 시민들, 여권 인사 등은 손씨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모여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딸’이라고 불렸던 그를 기리며 추모했다.
이날 손씨를 싣은 운구차는 오전 8시15분께 장지로 출발했다. 지난 6일 그가 돌연 목숨을 끊은 후 나흘 만이다. 손씨의 장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오전 7시30분께 진행된 추도기도에 참여한 후 손씨를 배웅했던 관계자 수십여명은 이날 서로를 감싸안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등은 운구차에 함께 오른 것으로 보인다.
손씨는 1958년 경남 양산 태생으로 2004년 5월부터 약 16년간 쉼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해왔다. 그는 할머니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 쉼터에서 일하며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 과정까지 마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씨와 가까이 지냈던 활동가들은 전날 추모제에서 그를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같이 할머니들 곁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할머니들 입맛에 맞춰 각기 다른 밥솥을 준비할 정도로 헌신적이었다고 한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위해선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럽게 밥을 짓고, 당뇨가 있는 길원옥 할머니를 위해서는 잡곡을 넣어 밥을 두번 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활동가는 “김 할머니가 같은 양산 사람이라 입맛이 같다고 했지만, 저는 동향이기 때문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입맛을 하나하나 맞추며 일상을 돌봤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손씨는 고(故) 이순덕 할머니가 생전 교회를 다니고 싶어하자 성당에 나가던 본인의 신앙생활을 포기하고 함께 교회에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활동가에 따르면 당시 교회 목사가 손씨를 이 할머니의 딸로 오해할 정도로 정성스러웠다고 한다.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께 경기도 파주 소재 자택인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손씨가 쉼터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와 언론의 취재 경쟁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심정을 수차례 호소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연은 지난달 21일 진행된 검찰의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에 대해 “길원옥 할머니가 생활하는 쉼터에 있는 자료에 대해서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변호인이 합의했는데 검찰이 반인권적 과잉수사를 했다”고 반발했다.
전날 추모제에서 이나영 정의연 대표는 “검찰의 과잉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 취재 경쟁 행태에 매일 불안해 하셨음에도 길 할머니의 안위를 우선시하셨다”며 “피해자 운동에 대해 묵묵히 일 했던 소장님을 너무나 당연시했던 저희를 용서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