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북적거림 살아난 대치동 학원가, 전과 다른 ‘묘한’ 분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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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자율학습했다. 대형 강의실이지만 책상 곳곳엔 착석금지 종이를 붙여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자율학습했다. 대형 강의실이지만 책상 곳곳엔 착석금지 종이를 붙여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마스크를 코 위까지 똑바로 올리고, 체온 재보자. 손 소독제도 꼭 뿌리고.”

서울에서 대표적인 학원밀집지역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5일 오후 6시를 좀 넘어서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불과 몇 주 전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휑했던 거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 9일 초중고교 전 학년 등교 개시를 전후로 대치동 학원가는 다시 또 종전의 북적거림이 살아났다.

전문가들은 “극도로 방역에 신경 쓰는 학교와 같은 공교육 공간과 달리, 사교육 현장은 아무래도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강남구 교육지원과 직원들의 학원 점검 현장을 동행해봤다.

교복 차림이 눈에 띄게 늘어난 대치동 학원가는 확실히 ‘이전과 다른’ 묘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한 학원 관계자도 “다시 문을 열었다는 안도감보단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 했다.

중·고교생 대상인 A 학원은 학생들이 입장하는 데만 5분 넘게 시간이 걸렸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정문에서 차단했고, 열화상카메라로 꼼꼼하게 체온을 체크했다. 연락처도 꼭 받았다. 교육지원과 공무원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들여보내질 않았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시간이 서너 배는 더 걸린다”면서도 “코로나19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라 했다.

또 다른 B 학원은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다소 헷갈렸다. 이미 강의가 시작됐건만, 100명 이상 들어갈 대형 강의실에 학생은 스무 명 남짓했다. 자세히 보니 빈 좌석은 ‘착석 금지’란 종이가 붙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도 모두 가로세로 칸을 띄우고 멀리 떨어져 앉았다.

C 학원은 입장할 때 발열 체크 등을 거친 뒤 수강생들 어깨에 이름표를 붙이기도 했다. 마스크로 가려진 아이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등록한 학생보다 많이 강의실로 들여보낼까봐서란다. 학원 측은 “아예 기존 인원의 절반만 선착순으로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꽤 많은 학원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 사이 폐업한 곳도 적지 않다. 강남구에 따르면 3월 기준 3410개던 대치동 학원은 현재 3350개로 60곳이 사라졌다.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월부터 지속적으로 학원들을 점검해왔다”며 “생활 방역 전환과 등교 개학이 맞물려 더욱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학원이나 학교 안이 아니었다. 실내에선 대부분 방역당국의 관리감독 아래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편. 하지만 바깥은 달랐다. 학원 주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만 걸친 학생들을 여러 차례 마주쳤다.

특히 학생들이 좋아하는 PC방은 문제였다. 대치동 인근 PC방들은 오후 4시가 넘어서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럿 몰려왔다. 대부분 좌석을 띄어 앉지 않았고, 마스크도 턱 밑으로 내린 상태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밀폐공간인 PC방 등은 감염에 매우 취약한 만큼 당국은 물론 학교 학원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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