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인…추모하는 목소리 이어져
이나영 "당신 있었기에 운동 가능해"
김혜원 "사죄하는 그날까지 싸울 것"
경기도 파주 자택서 숨진 채 발견돼
"검찰 과잉수사·언론취재 고통 호소"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마포 쉼터 소장의 발인이 10일 엄수된 가운데, 이날 진행된 수요집회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정의연 등 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3차 수요집회를 열고, 지난 6일 극단적 선택을 세상을 떠난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고(故) 손모(60)씨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던 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냈다”며 “당신이 있었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가능했고, 피해 당사자들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은) 검찰의 과잉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적인 취재 경쟁, 반인권적 취재 행태에 힘들어하셨고 매일 불안해하셨음에도 쉼터에 계신 길원옥 할머니의 안위를 우선시 했다”며 “피해자를 위한 운동에 대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셨던 소장님을 너무나 당연시했던 저희를 용서해달라”고 했다.
이어 “더 이상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위안부 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수호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며 “그때서야 하늘에 계신 소장님도 밝게 웃으며 행복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초기 공동 설립자인 김혜원 선생은 “1992년 1월 첫 수요집회를 강행한 이후 50여명의 교회 여성들을 주축으로 여성인권운동가들과 함께하는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며 “그렇게 공들인 탑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불순한 반대세력들이 우리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일본이 사죄하고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하는 그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호응하고 함께하기 때문에 비록 저는 떠난다고 해도 희망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께 경기도 파주 소재 자택인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손씨가 쉼터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와 언론의 취재 경쟁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심정을 수차례 호소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연은 지난달 21일 진행된 검찰의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에 대해 “길원옥 할머니가 생활하는 쉼터에 있는 자료에 대해서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변호인이 합의했는데 검찰이 반인권적 과잉수사를 했다”고 반발했다.
손씨의 빈소는 지난 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고,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됐다. 손씨의 발인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엄수됐다.
손씨는 1958년 경남 양산 태생으로 2004년 5월부터 약 16년간 쉼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해왔다. 그는 할머니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 쉼터에서 일하며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 과정까지 마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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