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영훈국제中 재지정 취소…文 정부 ‘특권교육 폐지’ 가속화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0일 17시 38분


서울교육청 "국제중, 사배자 차별"‥사실상 특권교육 규정
'경쟁·배제' 비판받던 국제중·외고·자사고 시대 '종결 선언'
조희연 "시행령 개정해 일반중으로 일괄전환"…관철될까
법 개정 신중한 교육부…교육계 "국공립도 사배자 확대를"

서울시교육청이 10일 사립 대원·영훈국제중학교의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 것은 이들 2개교의 존폐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계에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을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사실상의 ‘특권교육’으로 규정하면서 꺼내든 ‘통합교육’ 화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 당국은 법적 갈등을 무릅쓰고 2025년까지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평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중도 같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승세를 탄 정책으로는 일반학교 역량강화와 중·고등학교 평준화, 사회적통합전형 확대, 기초학력 국가책임제 등이 꼽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사립 대원·영훈국제중학교 등 특성화중학교 3곳의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국제중 2개교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재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국제중의 장점으로 꼽던 심야 영어몰입교육과 수학·과학 과목 시험 영어지문 출제 등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입시위주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중이 수익자부담으로 운영하는 해외체험학습은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쳐다볼 수 없는 극소수만을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국제중의 정체성과도 같은 교육 과정을 학생들간의 격차를 조장하고 경쟁을 조장하는 ‘분리교육’이라고 규정지어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저는 분리교육이 아니라 통합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교육이 사회통합의 알파와 오메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중의 존재는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제로 인식돼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연평균 학비는 1100만원에 달해 부모의 경제력이 우리 학생들을 분리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중은 능력이 있는 학생이 경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수월성·다양성’이라는 의미에서 자사고, 외고와 궤를 같이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4개 국제중(대원·영훈·청심·부산) 졸업생의 66.2%가 특목·자사고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교서열화’를 비판해 왔던 조 교육감이 제시한 화두가 바로 통합교육인 셈이다. 능력 있는 소수를 위한 특권, 경쟁 위주의 교육을 배격한다. 대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겠다는 평준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고교서열화 해소를 기치로 오는 2025년 자사고, 외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이 지난해 확정되고, 이들 학교의 법적 대응을 무릅쓰고 추진되는 만큼 국제중도 비슷한 수순을 밟으리라는 예측은 이미 교육계에 지배적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국제중 재지정 취소는) 분리와 배제의 서열화교육 고리를 끊는 의미 있는 조치”라며 “우리 교육의 철학 핵심을 협력, 배려의 가치로 전환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원·영훈국제중이 평가가 부당하다며 청문을 벼르고 있지만 적어도 서울시교육청이 평가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은 이유다. 현 교육부 또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요청한 자사고 지정 취소 요청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을 관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도 같은 맥락에서 이날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국제중의 일괄 일반중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행령에는 예술·체육학교, 대안학교 등을 규정해 ‘일반학교 다양성’의 근거를 세운다. 대신 국제중의 근거가 되는 시행규칙은 완전히 삭제하면서 일괄 일반중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지정 취소 요청은 엄정하게 살펴보겠다면서도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립 4개 국제중 외에 공립인 부산국제중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제중 전체의 일괄 폐지는 어렵더라도, ‘통합교육’의 흐름 속에서 남은 국제중과 특목고들이 사회적배려자전형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적 흐름으로 귀결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 소장은 “국제고도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대폭 확대했듯, 국·공립 국제중의 문제에서도 특수한 교육목적을 인정해준다면 최소한 공공성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교육부도 정책적으로 그렇게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중의 재지정 취소 절차에 따라 향후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주도하는 일반학교 강화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중·일반고 등 공립학교의 육성 지원 강화,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내거는 기초학력(역량)책임제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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