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나온 인천 뷰티예술고, 사전 방역으로 454명 전원 음성
실습수업 접촉 많아 감염 취약… 모형 손 등 구매해 위험 줄여
점심시간 이동 동선-시간도 분리
“큰일 날 뻔했는데, ‘페이스실드’가 모두를 살렸네요.”
10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뷰티예술고등학교. 뷰티디자인과 실습실에서 만난 양희진 교사(49)는 손에 투명플라스틱으로 된 용품을 들고 흔들어보였다. ‘페이스실드’라 불리는 이 제품은 가로세로 29×20cm 크기로, 머리띠처럼 쓰면 얼굴을 가릴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의 주요 경로인 ‘비말(침방울)’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뷰티예술고는 5일 재학생 A 양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양은 3, 4일 등교해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함께 등교했던 1, 3학년 학생과 교직원 등 454명은 7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교내에서 어떤 감염도 발생하지 않았단 뜻이다.
최근 서울과 인천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위기를 극복하고 추가 전염을 막은 학교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교직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철저히 대비했으며, 학생까지 합심해서 방역수칙을 적극 지킨 공통점을 지녔다.
○ 이중 보호 장비 착용한 뷰티예술고
뷰티예술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등교 2주 전부터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 학교는 특성상 실습이 많다. 교사나 학생의 접촉 비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실드는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산물이었다.
“교사들이 미리 페이스실드를 구입해 직접 착용하고 시연도 해봤어요. 수업에 어려움은 없는지도 면밀히 체크했습니다. 어느 정도 확신이 든 뒤 도입을 결정했죠.”(양 교사)
특히 코스메틱과는 학생끼리 얼굴에 화장을 해주는 메이크업 과목이 있다. 이 때문에 화장을 해주는 쪽이 페이스실드에 마스크까지 쓰고 조심했다. 확진됐던 A 양도 실습 당시 마스크와 페이스실드 둘 다 착용했다. 실습을 담당한 B 교사는 “두세 겹씩 착용하는 게 불편했을 텐데 잘 따라준 학생들이 고맙다”고 했다.
상대방 손이나 손톱을 만져야 하는 ‘네일 아트’ 실기를 위해서 아예 모형 손과 손톱을 구매하기도 했다. C 교사는 “아무래도 손과 손톱을 계속 만지는 건 감염에 취약하다고 봤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이 최우선이란 마음으로 모형 손 등을 샀다”고 했다.
학생들의 이동 동선도 세밀하게 분리했다. 식사시간엔 한 반씩만 식당으로 이동했다. 한 반이 갈 때도 두 개 조로 나눠 다른 계단을 이용했다. 식사 때는 교사를 10명 이상 투입해 꼼꼼히 지도했다.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지정석’에 앉게 했다.
○ 학생 동선에 신경 쓴 내성고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구 내성고등학교에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 학생도 등교했지만 학생과 교직원 등 266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내성고는 학생들의 동선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곳도 점심시간에 한 반씩 이동했다. 복도에선 ‘우측통행’을 철저히 지켜 마주치지 않게 했다. 이순기 교장(58)은 “역학조사 과정에서도 우측통행이 효과를 발휘했던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내성고는 마지막까지 돌다리를 두드렸다.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진단 검사를 받도록 먼저 교육청에 건의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원래 접촉자로 분류된 학생 등은 139명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모두 검사를 받았다. 내성고는 등교 중단 1주일 만인 6일부터 1, 2학년이 다시 등교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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