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3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 수업 공백이 커져 학교생활기록부가 텅 빈 탓이다. 정상적으로 학사 일정이 진행됐다면 교과별 세부특기사항, 각종 진로 관련 활동, 수상 실적 등이 담겼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이런 기록들이 전무한 학생이 많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활동을 독려하는 현장의 묘안들을 찾아봤다.
○ 학생이 주도하는 ‘○○연구소’
경기 고양시 일산대진고는 최근 교사가 연구소장을 맡고, 학생이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학내 연구소 6곳을 만들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학생들이 기록으로 남길 만한 활동들을 최대한 학교 측이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연구소’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거시경제, 감염병, 동양사상 등 주제별로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춘 활동을 수행한다. 이 중에서 ‘한일 관계사 연구소’는 사회과학 분야 진학을 희망하는 고3 재학생이 통섭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며 직접 제안했다.
이성권 일산대진고 교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대입에선 ‘학교 간 경쟁력’이 중요한 잣대가 됐다”며 “학생들의 희망 진로와 적성에 맞춰 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여시키는지가 입시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다급하게 경진대회를 진행하지는 않기로 했다. 보통 일선 학교들에서 학생부 수상 기록에 남길 만한 경진대회는 4, 5월에 연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진대회 진행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대학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감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행사를 열기보다는 작은 활동이라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 결과물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입시지도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학교가 앞장서 진로 탐색
입학사정관들이 학종 평가에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전공 적합성’이다. 서류에 남은 기록들을 통해 학생이 어떤 교과목들을 선택하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파악해 지원 학과에 적합한 인재인지 따져본다.
서울 중앙고는 이를 위해 진로 탐색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장을 만들었다. 바로 ‘창의융합캠프’다. ‘인문사회 프로젝트’와 ‘수학과학 프로젝트’ 등 두 분야로 나눠 7회에 걸쳐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선정하고 팀 활동을 한 뒤에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이다. 우수 산출물들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진다.
수학과학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도은경 교사(물리)는 “올해 학생들이 낸 주제 중에는 감염병의 확산세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거나, 미분방정식을 활용해 드론을 제어하는 법 등이 있다”며 “본인이 희망하는 전공과 관련된 내용으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소논문까지 완성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전공 적합성을 드러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미림여고는 진로 탐색 활동의 일환으로 ‘온라인 특강’을 준비 중이다. 평소라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초빙해 오프라인 특강을 열고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열기는 쉽지 않다. 그 대신 온라인으로 특강을 열 계획이다. 이런 활동은 학생부 개인 세부특기사항에 관련 내용을 기재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은
학종에 대한 준비와 지원은 고교마다 편차가 크다. 본인이 다니는 학교에는 이처럼 적극적인 프로그램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환채 입학사정관협의회장(광주교대 입학사정관팀장)은 “학생이 교과 진도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개인적으로 탐구 활동을 해본 뒤에 교과 담당 교사에게 이를 기재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해 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인 학생부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3학년 1학기 학생부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종은 1, 2학년 때의 기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데다 급조한 것 같은 학생부 기록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 일선 고교 진학 담당 교사는 “지금까지 선택해 온 과목 및 활동들을 바탕으로 면접을 충실히 준비한다면 재수생에 비해 입시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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