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불났는데 아기 못구한 20대 엄마…법원 판결은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1일 14시 47분


아이와 단 둘이 있는 집에서 화재 발생
검찰은 "구호조치 안 했다"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조할 수 있었다 단정 어려워"

불이 난 집에서 12개월 된 아이를 구하지 못한 20대 엄마가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1심 재판부는 “미숙하긴 했으나 방임은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이대연)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최모(24)씨에게 지난 10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비록 피해자를 직접 데리고 나오지는 못했으나, 집 밖으로 나오면서 바로 119에 신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고를 하면서 아이가 안에 있음을 알리기도 했고, 건물 밖으로 나와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다소 미숙하거나 소홀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의도적인 유기·방임 또는 학대의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4월 오후 집에서 12개월 된 아이와 단 둘이 있다가 집에 불이 나자, 아이를 즉시 구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피해자인 아이는 안방에, 최씨는 작은방에 있었다. 화재는 아이가 누워 있던 안방 침대에 설치된 전기장판에서 시작됐다.

아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최씨는 안방으로 달려가 화재가 난 사실을 확인한 후 연기를 빼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화재신고를 했다. 지나가던 행인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처음) 안방 문을 열었을 당시 안방 문고리가 뜨겁지 않았고, 침대 끝쪽까지 나와 울던 아이와 불과 2m 거리여서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까지 마주친 아이를 즉시 구조하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기 위해 나왔고, 재차 안방으로 갔다가 구조를 포기한 채 화재 신고를 하러 나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관되게 ‘당시 안방 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나와 먼저 현관문을 열었고, 그 후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더 많아진 연기와 열기로 들어가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실제로) 건물 외부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의하면 화재 발생 이후 안방 창문 틈에서 나오던 연기가 어느 순간 나오지 않는다”면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안방에 있던 연기가 거실 쪽으로 선회해 문밖으로 나갔다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충분히 아이를 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화재 시뮬레이션 결과 안방 문과 현관문을 열었을 무렵을 전후해 침대와 문 사이 혹은 침대 상부의 최고온도는 61.62도 도는 63.37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비록 피고인이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손잡이가 뜨겁지 않았고, 피해자의 얼굴이 보였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망설임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가 구조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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