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에 버금가는 스토커, 이제는 감방에 가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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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1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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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어머니 핸드폰에서 가해자가 2020년 2월9일부터 4월30일까지 약 100여 통의 전화를 발신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가해자는 전과도 없고, 정신과 병력도 없으며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가 다른 손님들보다 자신을 홀대한다고 느껴’ 살해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렇게 잔인한 일을 꾸밀 수 있습니까.”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피해자 아들이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이다. 피해자 아들의 심금을 울리는 사연이 담긴 해당 청원에는 1만4000여 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스토킹에 따른 피해와 부수적인 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벌금 10만원에 불과한 경범죄 외에는 마땅히 의율할 조항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강력범죄로 이어진 뒤에야 사후약방문식 처벌이 이뤄지는 사례가 반복됐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또 다시 스토킹처벌법 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20년 넘게 계류된 전례가 있는 만큼 스토킹처벌법 통과를 낙관할 순 없지만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탁상공론 속 20년 넘게 국회서 ‘쿨쿨’…살인 피해자 잇따라

사각지대에 놓인 스토킹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조항을 신설하자는 논의는 꾸준히 제기됐다. 김병태 전 의원이 지난 1999년 관련 법을 첫 발의했지만 회기내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이후 21년간 스토킹처벌법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병태 전 의원에 이어선 Δ이강래(2003년·임기만료폐기) Δ염동연(2005년·철회) Δ김재균(2009년·임기만료폐기) Δ이낙연(2012년·임기만료폐기) Δ김제남(2013년·임기만료폐기) Δ남인순(2015년·임기만료폐기) Δ남인순(2016년·임기만료폐기) Δ김정훈(2016년·임기만료폐기) Δ정춘숙(2016년·임기만료폐기) Δ이동섭(2017년·임기만료폐기) Δ추혜선(2018년·임기만료폐기) 등 11번의 제정 시도가 있었다.

결국 법무부가 나서 2년 전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입법예고까지 했다. 하지만 ‘스토킹 행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두고 탁상공론만 벌이다 결국 흐지부지 됐다. 그 사이 꽃다운 여고생이 안인득에게 살해되는 참극이 벌어졌고, 창원 식당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스토킹으로 말미암은 잇단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스토커를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론이 높아지자 법무부와 입법부는 재차 스토킹처벌법을 발의하고 제정 절차에 돌입했다. 처벌 수위 등에서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데는 이견이 없다.

◇법무부 발의, 법제처 재심사 돌입…징역형 처벌길 열리나

법무부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다듬어 법제처에 제출, 법제처는 지난 9일부터 재차 법률안 자구심사에 돌입했다. 타법률과 충돌 또는 위헌 요소를 두루 검토하는 절차다. 차관·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7월말에서 8월초쯤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스토킹범죄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Δ접근,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Δ주거 등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Δ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글·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Δ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스토킹’으로 규정했다.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와 분리하는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어기면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검찰과 경찰 등은 스토킹범죄 전담 검사·사법경찰관을 지정해 피해자를 조사해야 한다.

핵심인 벌칙 규정의 경우 스토킹범죄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제 3장 제 16조의 3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고소·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와 달리 피해자의 의사표시 없이도 공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다. 다만 합의에 따라 스토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與 남인순·정춘숙 의원 재발의…법무부案 보다 처벌수위↑

21대 국회 들어서면서 여당 여성 의원들의 스토킹처벌법 발의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정춘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는데, 처벌 수위는 법무부안 보다 한층 더 강력하다.

남인순 의원이 지난 1일 발의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은 스토킹 행위에 대한 규정과 피해자 보호 활동에서 법무부 발의안과 대동소이하다. 스토킹범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과 흉기 등 사용시에 적용되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가중처벌도 동일하다.

다만 ‘스토킹범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하여 위험을 발생하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최소 7년 이상의 형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정춘숙 의원안의 경우 스토킹범죄와 흉기 소지시 가중처벌 조항은 남인순 의원안과 동일하다. 여기에 ‘데이트 상대, 배우자, 동거인, 친족 등 인적 신뢰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과 스토킹범죄 처벌 전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선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가중처벌 조항이 추가됐다.

또한 정춘숙 의원안 제 7조 ‘고소에 관한 특례’는 ‘스토킹범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224조 및 군사법원법 제266조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도 열어놓은 점도 남인순 의원안과 차이점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어김 없이 스토킹처벌법이 발의됐지만 과거 전례가 있는 만큼 실제 제정될지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다만 절대 과반을 차지한 여당의 중진 의원들이 스토킹처벌법 재수·삼수에 나선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은 역대 가장 밝다는 전망도 나온다.

창원 식당 피해자 아들은 국민청원에서 “6월18일부터 공판이 시작됩니다. 가해자가 사회로 돌아와 다른 이들의 어머니, 다른 이들의 소중한 사람을 앗아갈 수 없도록 엄중한 처벌을 바랍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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