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남학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30대 여강사가 무죄를 확정 받았다. 남학생의 진료 기록이 무죄 확정에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11일 대법원 3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강사 A 씨(31)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경기 양주의 한 학원에 재직하던 2016∼2017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B 군, 중학교 1학년이던 C 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B 군과 C 군이 A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관계기관에 신고하면서 수면에 올랐다. 이들은 아무도 없는 학원, 차량 등지에서 A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심, 남학생들의 ‘구체적 진술’ 신빙성 높게 판단
1심 재판부는 B 군과 C 군의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신빙성을 높게 판단했다.
반면, B 군이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날에 허벅지 지방흡입 시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고,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치료를 받은 직후여서 힘으로 학생을 제압할 수 없었다는 A 씨의 진술은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체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신빙성이 매우 높다”며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신상정보 등록을 명령했다.
병원 진료 기록으로 ‘대반전’
법원의 판단은 B 군의 병원 진료 기록이 공개되면서 바뀌었다. B 군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이유 없이 학교에 가기 싫어 결석을 했다고 진술했는데, 그날 B 군은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병원 진료 기록에는 그날 B 군이 인대 파열로 부목 고정 처방을 받았다고 적혀있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B 군의 진술과 병원 기록이 달랐던 것.
B 군의 진술 태도도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B 군은 재판에서 학교 결석 사유를 왜 다르게 진술했는지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피해 상황을 진술한 것과는 달랐던 것.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2016년 9월 학교가 가기 싫어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결석한 날 A 씨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학교출결 현황을 보면 피해자가 9월에 결석한 날은 다리골절을 사유로 한 1번이 유일하다”며 “피해자는 이날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월 중 학교가 가기 싫어 그냥 결석한 날에 성관계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증인으로 나와 당시 기억을 살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며 “이는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 손실로 치부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진실로 신고를 한 것이 맞는지 의심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A 씨의 몸 상태에 대한 정황 판단도 항소심은 달랐다. 입원 중이던 A 씨가 불편한 몸으로 학원으로 이동해 학생을 불러 강제 성관계했다는 정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심 징역 10년→ 항소심 무죄→ 대법원 확정
2심 재판부는 차량에서 A 씨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C 군의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C 군은 A 씨가 학원 차량에서 다른 학생들을 내리게 한 후 자신을 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C 군이 주로 다른 학생들에게 차량에서 내리라고 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이유 등을 들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그 외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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