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회의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노사는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에 경영계는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맞섰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및 공익위원이 9명씩 참여해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다. 앞서 최임위는 5일 사퇴와 보직 변경 등으로 물러난 근로자위원을 대신해 6명을 새로 위촉했다. 상견례 의미도 있던 이날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위기에 노출된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며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안전망이자 생명줄로서 최저임금 역할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영세 사업장과 소상공인은 지난 3년간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코로나19가 겹쳐 치명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후 진행된 비공개 회의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첫 만남이라 원만하게 회의가 진행됐다. 노사 모두 구체적인 요구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은 최임위 회의가 예년보다 늦게 소집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의 경우 최임위는 5월 말부터 심의를 시작했다. 올해는 새 근로자위원 위촉과 코로나19 사태로 회의가 늦어졌다.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기한은 이달 29일이다. 기한을 넘길 경우 늦어도 다음 달 15일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최임위 2차 회의는 이달 25일 열린다.
노동계 안팎에선 경제 상황이 심각한 만큼 향후 심의 과정에서 근로자위원들의 요구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그 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노동계는 매년 최저임금 심의에 앞서 대략적인 요구안을 마련하지만 올해는 이조차 정하지 못했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은 연속으로 10%대 인상이 결정됐고 지난해에는 8590원(2020년 최저임금)으로 2.9% 인상됐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일정 문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노총은 18일로 예정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최임위 참여를 결정하면 본격적으로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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