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 극단선택 경비원의 호소, 모두 사실이었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2일 14시 35분


경비원 유족, 상해·협박·무고 등 의혹 제기
"21일 첫 폭행, 27일 날 맞아 코뼈 부러져"
경비원 "사직서 안 냈으니 100대 맞으라고"
檢 "사표 안쓰면 죽을때까지 괴롭힌다 협박"
수사 결과 사실상 일치…7개 혐의 구속기소

최근 서울 강북구 소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갑질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검찰이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을 재판에 넘김에 따라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경비원이 죽기 전 호소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12일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A아파트 입주민인 음반기획자 심모(48)씨를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보복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아파트 경비원 최모씨는 지난달 10일 자택 아파트에서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심씨에게 갑질과 폭행을 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씨는 앞선 같은달 4일에도 자신이 근무했던 아파트 옥상에 오르려했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이 극단적 선택 시도를 추정하고 말려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유족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4일 옥상에 오르기 전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하는 복수의 음성 파일을 남겼다.

그는 이 중 하나의 음성 파일에서 “저 진짜 21일부터 엄청 맞았다”며 “밥 한끼도 못 먹고, 대학교(병원)에 가서 약 타다가 먹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남긴 5분 분량의 음성 파일 2개를 입수해 들어본 결과, 최씨는 음성 파일에서 수차례 울먹이며 말을 멈췄다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유족들은 지난 4월27일에도 최씨가 경비실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코뼈가 부러졌다고 밝혔다. 심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씨의 코뼈 골절에 대해 “자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결과 최씨가 음성 유서 등에서 제기한 의혹들이 대개 사실이었고, 심씨의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4월21일 최씨가 3중 주차된 심씨의 차량을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심씨가 최씨를 때렸고,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어 같은달 27일에도 아파트 경비실 화장실에서 심씨가 12분 간 최씨를 폭행했고, 이로 인해 최씨의 코뼈가 부러져 3주간의 피해가 필요한 부상을 당했다고 봤다. 최씨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특히 4월27일 폭행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보복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이때 최씨를 폭행한 이유가 같은달 21일 최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가법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 등 수사단서의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제출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상해 등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씨는 다른 음성 파일에서 심씨가 자신의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심씨가 ‘사직서 안 냈으니까 100대 맞아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최씨 측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감금·상해 범행 후 피해자에게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취지로 협박했으나 피해자가 사표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며 심씨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최씨의 유족들은 최씨가 생전 심씨에게 협박을 당했다며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심씨는 이 문자메시지에서 “진단서 참조하시고 일단 돈 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할 것이다. 수술비만 2000만원이 넘고 장애인 등록이 된다니 참 남들 얘기로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등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다른 사고로 발행받은 진단서를 첨부했다. 자신도 최씨에게 맞아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심씨가 사건 내용과 상관이 없고, 발병일 등을 가린 채 촬영된 별개의 진단서를 보내 최씨를 협박했다고 봤다.

심씨는 최씨를 경찰에 무고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가 4월27일 관리소장 등에게 피고인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심씨는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최씨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경찰은 명예훼손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모욕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심씨의 고소를 허위고소로 판단하고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심씨와 관련해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들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뒤 법리적 검토를 통해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공개되는 범죄 사실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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