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어두운 가방에서 죽어간 9살 아이, 친아버지도 입건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6월 12일 15시 14분


아이 때렸다고 판단,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계모 학대를 방조했는지 알아낼 방침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친아버지와 동거하는 사실상 의붓어머니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가 끝내 숨진 초등학생 A 군(9)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A 군의 친아버지를 입건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A 군의 친아버지 B 씨(43)를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B 씨는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B 씨가 지난해부터 A 군을 때렸다고 판단,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다만, 정도가 심하거나 상습적인 학대로는 보지 않았다.

또한 B 씨가 A 군이 의붓어머니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당하는 것을 알고도 방조했는지 여부를 알아낼 방침이다.

박상복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아동학대 중 중대 상해나 상습학대, 치사의 경우 가중 처벌 규정인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하지만, 나머지의 아동학대에는 아동복지법을 적용한다”며 “혐의가 인정된 B 씨의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할 정도의 사안”이라고 알렸다.

이어 “B 씨가 동거녀의 상습학대를 방조했는지는 아직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아이 숨 막혀 사망했다”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A 군은 이달 1일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의 체벌로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이틀 후인 3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의붓어머니는 A 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가로 50㎝·세로 70㎝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 비좁은 공간에 갇힌 A 군이 그곳에 용변을 보자 이보다 더 작은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가방에 들어가도록 했다.

A 군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의붓어머니는 119에 전화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 A 군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후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A 군이 질식 때문에 숨졌다고 구두 소견을 냈다.

의붓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0일 의붓어머니에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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