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성이 친부(親父)를 상대로 “친자가 맞는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해외 입양아 출신이 국내에 있는 친부모를 상대로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건 처음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염우영 부장판사는 12일 강미숙 씨(39세 추정·미국명 카라 보스)가 친부 A 씨(85)를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인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의 친생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선고를 들은 강 씨는 방청석에서 잠시 환한 웃음을 짓다가 감정이 복받친 듯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강 씨는 1983년 11월 충북 괴산에 있는 한 주차장에서 발견된 뒤 이듬해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네덜란드인과 결혼해 암스테르담에 살던 강 씨는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친모를 찾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입양아가 커서 친부모를 찾기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지난해 강 씨는 DNA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KAMRA)’를 통해서 자신이 A 씨(남)의 혼외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A 씨의 가족은 강 씨와 접촉하길 원하지 않았다.
결국 강 씨는 지난해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냈다. ‘인지’란 혼외의 출생자를 그의 생부나 생모가 자신의 아이로 인정하는 법적 절차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 씨는 친부 A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피인지자’로 기록될 수 있다. 강 씨는 조만간 A 씨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뭣보다 자신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강 씨는 선고 직후 영어로 “이 모든 것은 엄마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이 기사를 본다면”이라고 말한 뒤 어눌한 한국어로 “엄마 만나고 싶어요. 정말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냥 오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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