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올 3, 4월엔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떠나기가 어려웠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도시의 숲과 공원은 그나마 도시 주민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보행 간격을 유지하고 녹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을 달랠 수 있었다. 정부가 지난 수십 년간 도시녹화운동을 추진한 결과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은 10.07m²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m² 보다 넓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녹지공간이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 정신건강에 효험이 있는 ‘도시 숲’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7개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6만5128명을 대상으로 도시 숲과 우울 증상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7개 도시 가운데 도시 숲이 가장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가장 적은 지역 주민보다 우울 증상 위험도가 평균 18.7%가량 낮았다. 연구팀은 “도시 숲에 머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지역주민의 걷기와 운동을 유도하고 사회적 교류를 증대시켜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숲은 미세먼지도 크게 줄인다. 도시 숲에선 풍속이 빨라져 나뭇잎에 오염물질이 잘 달라붙게 된다. 이 때문에 숲은 미세먼지의 농도를 낮추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는 “도시 숲은 풍속 등에 따라 8∼40%가량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췄다”며 “화력발전소 주변 미세먼지 차단 숲, 주거지 주변 미세먼지 저감 숲, 도로변 띠 녹지대, 산줄기와 연결한 바람길 숲 등 미세먼지 대응 숲을 맞춤형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림과학원은 안전하게 도시 숲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정도에 숲을 찾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홍릉 숲과 청량리역 주변 도심에서 측정한 미세먼지와 기상자료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 폐선 활용해 ‘도시 숲’ 조성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 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 경북 포항시 철길숲은 남구 효자역에서 옛 포항역을 거쳐 북구 우현동 옛 미군저유소에 이르는 6.6km 구간이다. 2015년 4월 도심에 있던 동해남부선 포항역이 고속철도(KTX) 신설과 함께 북구 흥해읍 이인리로 이전하면서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이 남았다. 포항시는 오래된 철길을 정비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또 다양한 나무와 꽃을 심고 조형물을 배치했으며 화장실, 음악분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지난해 산림청이 주관한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포항 철길숲 등은 도시 숲 부문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전선은 옛 대전역과 서대전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최근 이 구간은 일부 화물차만 운행하는 등 사실상 폐선에 가깝다. 올 4월 총선에서 대전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은 대전선 폐선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폐선을 숲길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산림청은 도시 숲과 관련된 정책을 ‘도시에 조성하는 숲’에서 ‘숲의 도시’로 바꾸기로 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인구 92%가 도시에 거주한다. 숲을 찾으려면 어렵게 시간을 내고 차를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이제 숲을 도시로 옮기려고 한다”며 “사람이 도시에 있으니 숲도 도시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 ‘도시 숲’ 조성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지난달 20일 열린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도시 숲 등의 조성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해온 도시 숲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산림청은 그동안 지자체와 함께 ‘산림자원법’을 근거로 도시 숲을 조성하고 관리해 왔다. 이번에 통과된 도시 숲 조성법은 자치단체장이 도시 숲의 유지와 면적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국가가 지자체에 행정과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등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도시 지역 산림과 수목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도시 바람숲길, 미세먼지 차단 숲 등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도시 외곽 산림에 미세먼지 저감 숲 4000ha를 만들고 산업단지 등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 주변에 미세먼지 차단 숲 60ha를 신규 사업으로 조성한다. 또 2027년까지 1인당 생활권 도시 숲을 15m²로 늘릴 계획이다. 전체 도시 숲은 현재 4516ha에서 2027년까지 7000ha로, 명상 숲은 현재 1659곳에서 2659곳으로, 가로수는 4만2552km에서 5만 km로 늘어난다.
도시 바람길 숲 사업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도시 외곽 산림의 맑고 찬 공기를 끌어들이고, 도시 내부의 오염된 공기와 뜨거운 공기를 배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심 외곽 산림을 숲 가꾸기 및 수종 갱신을 통해 바람 생성 숲으로 활용하고 생성된 바람이 도시 내부로 유입되도록 하천 및 주요 도로 주변에 연결 숲을 조성한다. 도심 내부에는 유입된 찬바람이 확산되는 디딤 숲과 확산 숲을 조성한다. 17개 주요 도시에 200억 원씩 모두 3400억 원을 투입해 2022년 완료할 예정이다.
도시 주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해 생활권 내 미세먼지 유입을 줄이는 차단 숲도 들어선다. 산업단지 인근 유휴 용지와 도시재생사업지 등을 활용하고 600억 원을 투입해 60ha 규모의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길 숲을 조성하면 초미세먼지는 평균 40.9%, 미세먼지는 평균 25.6%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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