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치매 어르신”…휴관 권고에도 문 닫지 못하는 요양시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4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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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잠깐만요.”

13일 오후 2시경, 노인요양시설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데이케어센터 앞. 이곳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황급히 센터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10분 전쯤 자신이 직접 마스크를 씌워줬던 70대 치매 노인이 마스크를 벗은 채로 센터를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는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치매를 앓고 있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보호자들에게 가정돌봄을 권유하는 공지를 했는데도 전체 노인 30명 중 20명 이상이 계속 와 센터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했다. 데이케어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낮 시간에 운영하는 시설이다.

서울시가 시내 데이케어센터 등에 휴관을 권고했지만 영등포구의 센터처럼 문을 닫지 못하는 곳이 많다. 서울시는 12일 시내 데이케어센터 444곳과 노인요양원 212곳 등에 휴관을 권고했다. 도봉구에 있는 ‘성심데이케어센터’ 방문자가 하루 전인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따른 조치다. 14일 현재 성심데이케어센터 관련 확진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말인 13, 14일 서울시내 데이케어센터 10곳을 둘러본 결과 서울시의 휴관 권고에도 10곳 모두 운영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센터 직원들은 서울시의 휴관 권고에 대해 “현실을 모르고 내린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도봉구의 한 센터는 서울시가 휴관을 권고한 12일 이후로도 매일 25~30명의 노인이 센터를 찾아와 정상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영자 박모 씨는 “한여름에도 겨울이라 우기며 이불을 달라고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는 어르신들을 집에서 모실 수 있는 보호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강서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서울시가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에 대해서만 긴급돌봄이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운영하라고 했지만, 이곳을 찾는 어르신 대부분은 치매환자이거나 독거노인이어서 가정 돌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어르신들을 하루 8시간씩 센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보호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문을 닫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도저히 집에서 돌볼 형편이 안 된다’는 보호자들의 딱한 형편을 듣다 보면 센터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정에서 돌보기가 힘든 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휴관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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