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44.1명으로 급증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는 기준치(하루 평균 50명)의 턱밑까지 근접했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 방역망 외 환자 발생도 늘어 고강도 거리 두기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4명으로 12일(56명), 13일(49명)에 비해 다소 줄었다. 이는 주말에 진단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데서 비롯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최근 2주간 발생 추이를 보면 위험 신호가 뚜렷하다. 1∼14일 하루 평균 확진자는 44.1명으로, 이전 2주간의 29.9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도 9.7%로 늘었다. 방역망 내 환자 발생 비율은 80%를 밑돌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는 3가지 기준(하루 평균 신규 환자 50명 이상, 감염경로 불명 5% 이상, 방역망 내 관리 비율 80% 미만) 중 두 가지에 이미 해당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의 추적 속도가 확산 추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관악구의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영향으로 고령층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주 50대 이상 확진자 비율은 59%까지 증가했다. 특히 80세 이상 확진자는 주말 동안 11명이 늘어 14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531명이다. 방역당국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증 환자는 10명, 위중 환자는 12명으로 늘었다. 80세 이상의 코로나19 치명률은 25.6%로 평균(2.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고령층 집단 감염이 다시 젊은층으로 퍼지면서 이날 신규 확진자 중 20, 30대(11명)는 60대 이상(10명)과 비슷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에 이어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실내체육시설, 어학원, 주점 등을 통한 감염이 다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14일까지로 예정된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를 무기한 연장한 상태. 경기도 역시 당초 14일까지였던 물류시설, 콜센터, 장례식장, 결혼식장에 대한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28일까지 2주 더 연장한다고 14일 밝혔다. 집합제한명령 대상은 물류창고업 등 물류시설 1219곳, 콜센터 61곳, 장례식장 177곳, 결혼식장 129곳 등 총 1586곳이다.
하지만 방역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50명이 되기 전에 방역 조치의 강도를 더 높이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은 확진자의 평균 숫자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추세로 확인해야 한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돌이키기에 늦을 수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일단 방역당국은 생활방역 체계를 조금 더 유지할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좀 더 위험해진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절을 검토하겠지만 서민들의 생업, 학생들의 학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현재의 생활방역에서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일상적으로 지켜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