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군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을 이용해 각종 특혜를 누린다는 이른바 ‘황제 군생활’ 병사 의혹과 관련해 군이 이례적으로 군사경찰 수사와 감찰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황제 군생활’ 당사자로 지목된 병사 A씨는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 ‘피부질환 치료’ 목적으로 청원휴가를 떠나 현재까지 민간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15일 공군에 따르면 현재 공군본부는 감찰반을 편성해 A씨가 복무 중인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제3방공유도탄여단(3여단) 본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3여단 본부는 서울 금천구에 있다.
공군은 이에 더해 군사경찰을 투입해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통상 감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군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군사경찰 투입은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감찰 조사와 별개로 군사경찰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씨를 둘러싼 ‘황제 군생활’ 의혹은 지난 1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라는 고발글이 게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청원자는 “우리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혜택을 주고 이를 묵인·방조해오는 등의 비위 행위를 폭로한다”며 평소 A씨가 Δ빨래와 음용수 배달을 부사관에게 시키고 Δ1인 황제 생활관을 사용하고 Δ외출증 없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병사 A씨는 모 신용평가업체 부회장인 최모씨의 아들로 알려졌다.
공군은 지난 12일부터 감찰 조사를 진행해 여러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군사경찰 투입도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황제 군생활’ 당사자로 지목된 A씨는 현재 휴가를 떠나 병원에 입원해 있다. 군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의혹이 제기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피부질환 치료’ 목적으로 청원휴가를 떠났다.
현행법과 규정에 따르면 장병은 본인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이 필요할 때 청원휴가를 30일 이내 신청할 수 있다. 지휘관 재량으로는 최대 10일까지 가능하다.
다만 A씨는 청원휴가를 떠나며 사전에 진단서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진단서는 휴가를 나가고 14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휴가에서 복귀하면 진단서를 비롯한 증빙서류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군은 휴가 중인 A씨를 상대로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A씨도 조사 대상”이라며 “전화로 조사를 하거나 휴가를 다녀와서 할 수도 있고, 또는 그 병사가 남긴 여러가지를 조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군은 3여단 예하부대인 경기 화성시 부대 소속 B대대장의 갑질·폭언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감찰에 착수했다.
이 의혹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황제 병사로 문제되고 있는 부대의 직속 부대 비위를 추가적으로 폭로한다’는 글을 통해 알려졌다. 청원자는 Δ영외관사 청소에 부하 간부 동원 Δ소속 간부 음주운전 사실 은폐 Δ내부고발자 색출 등 B대대장의 의혹을 제기하며 “비위 사실 중 많은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가장 가벼운 주의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공군 관계자는 “B대대장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올해 초 감찰을 통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며 “사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무겁게 보고 있고 감찰 조사에 따라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두 폭로글을 작성한 공익제보자에 대해서는 보호 조치를 하겠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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