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에 벽돌 쌓아 대피로 차단…‘이천 참사’ 근로자 못 빠져나왔다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15일 1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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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반기수 수사본부장이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6.15 /뉴스1 © News1
15일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반기수 수사본부장이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6.15 /뉴스1 © News1
경찰이 48명의 사상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의 원인을 ‘산소용접’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이와 관련, 인명피해 책임자 24명을 정식입건 했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2부장(수사본부장)은 15일 한익스프레스 신축공사 현장 화재사고 수사본부인 경기 이천경찰서에서 사건발생 48일 만에 중간 수사브리핑을 열었다.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한 곳은 당초 알려진대로 지하 2층으로 ‘산소용접’ 작업이 화재원인인 것으로 이날 밝혀졌다.

반 본부장은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 지하 2층만 제외하고 나머지 층은 발화부에서 배제할 수 있다”며 “동일한 산소공급이 건물 전체에 있었을 것으로 가정하면 지하 2층 2구역이 발화부위로 꼽힌다”고 말했다.

지하 2층은 총 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 ‘2구역 3번 유니트 쿨러’(이하 실내기) 주변이 연소상태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생존자, 목격자 여러가지 녹취록 등을 종합하면 지하 2층의 천장 높이는 8.8m로 불꽃형태가 눈에 띄지 않는 ‘무염연소 형태’로 오랜 시간 천장 및 벽체의 우레탄 폼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건물 내 조명설치가 미비해 근로자 각자가 개인조명을 사용해 가며 필요부위를 비추는 등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천장에 연기가 자욱했는지를 미처 알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무염연소 형태가 이미 건물내부 전체에 퍼진 상황에서 일정시간이 지나자 산소와 결합돼 유염연소로 불이 발생했고 결국 건물이 삽시간에 불길로 뒤덮인 것이다.

물류창고 설계는 인허가 관청에서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대로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지하 2층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편의성 등을 따져 방화문 설치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해 결국 대피로가 차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 본부장은 “결국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 폼이 천장과 벽체 대부분에 도포돼 있고 무염연소 형태가 건물 안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엘리베이터 통로 3개와 계단 4개가 화염과 연기확산의 통로가 된 셈”이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원인이 밝혀짐과 동시에 이 사건으로 인명피해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 24명을 입건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협의로 입건된 24명은 발주자 5명, 시공사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으로 파악됐다.

이중 책임이 중한 9명(발주자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근로자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있음에도 동시작업을 금지하지 않았고 비상유도등이나 간이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대형참사를 일으킨 혐의다.

반 본부장은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뿐만 아니라 공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 등 여죄도 집중 파헤쳐 범죄사실을 밝혀내면 추가로 입건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건을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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