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에 힘 실어준 당정청…롤모델 美CDC급 권위·권한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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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5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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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5일 진행한 당·정·청 회의 내용을 뜯어보면 신설 질병관리청에 감염병 골든타임에 대응할 권한을 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 시간과의 싸움인 감염병 초기 대응에서 정무적, 행정적 고려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방역을 시행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다만, 질병관리청이 당초 목표로 했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권위와 권한을 동시에 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당·정·청 회의 결과는 Δ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Δ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 대신 질병관리청 산하기관 유지 Δ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와 함께 재난관리 기구 지정 Δ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 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백신 개발과 민간시장 상용화 지원 등이다.

당정청 회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독립해 인사와 예산에 대한 권한을 확보한다. 무엇보다 해외 신종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독자적인 판단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유행 초기에 국내 유입을 막지 못하면 지역사회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 때도 정무적인 판단 때문에 국경 봉쇄가 늦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염병 대응에 외교적,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면 초기 대응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법 개정 이후 하위법령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청에 실질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 특성상 초기 대응 과정에서 공항과 항만 봉쇄 등에 질병관리청이 일정 부분 권한과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일각의 우려대로 현장조직으로만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초기 사태 때도 해외유입을 막는데 방역보다 정무적인 판단이 앞선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현장을 관리하는 ‘감염병관리청’이 되지 말고 질병에 관한 컨트롤타워로서, 그에 걸맞은 업무 분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감염병과 질병 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길게는 보건 분야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감염병 유행이 현행처럼 ‘심각’ 등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 경우 복지부가 전면에 함께 나서는 만큼, 방역 지원과 정책 결정은 복지부, 현장 대응은 질병관리청으로 이원화될 전망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은 현 복지부와 함께 감염병 재난관리 기구로 지정되며 예산편성과 집행, 인사, 조직 운영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되고 감염병 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는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정부의 감염병 대응 역량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대응 컨트롤타워로 완벽에 가까운 역할을 했지만, 질병관리본부본의 독립성 부족과 지역단위 대응체계 미비 등에서 한계점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롤 모델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이다. CDC는 지난 1946년 말라리아 확산을 막기 위해 탄생한 전염병센터를 시작으로 현재는 예산 70억달러(약 8조4630억원), 1만1000여명의 전문가와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관으로 성장했다. CDC는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때도 대응책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큰 역할을 하며 권위를 인정받았다.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정원 907명, 예산은 8171억원이다. 향후 청 승격 이후 지방조직과 국립보건연구원 인력을 보강할 경우 이보다 조직 규모는 커질 전망이지만, 현장조직으로 남을지 아니면 정책적으로 역할을 행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논란을 거듭했던 국립보건연구원은 최종적으로 질병관리청 산하조직으로 남게 됐다. 당·정·청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정책과 예산을 결정할 때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모여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국립보건연원은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상호 인력을 교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복지부가 차지하는 위상과 권한에 비춰볼 때 향후 질병관리청이 국립보건연구원을 100% 독자적으로 운영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따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관리청에 남으면 R&D 컨트롤타워이자 연구조직에 걸맞은 기능부터 부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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