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수시모집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대입전형 변경안을 쏟아내면서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입시 안정성이 흔들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9일 “고3이 (재수생에 비해) 불이익이 없도록 대학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협의하고 있고 7월 중 확정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뒤로 ‘고3 구제’를 앞세운 대책이 속속 나왔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고3 안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세대학교는 유 부총리 발언이 나온 지난 9일 가장 먼저 고3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고3과 졸업생 모두 고3 때 수상경력, 창의적체험활동, 봉사활동 실적 등 비교과활동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이후 서강대학교도 학종에서 비교과활동의 반영 비율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외국어대학교는 교과·논술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활동을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 대학은 한목소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고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채용석 서울 배명고등학교 교사는 “어차피 고3끼리 경쟁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채 교사는 “실제로 고3이 어떤 지점에서 불리한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대다수 대학의 대입전형 변경안이 학종과 관련 있는데 학종은 지원자의 95%가 재학생이라 고3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고1·2 학생들도 비교과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모두 배제해야 하는가”라며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주체적으로 했는지 평가하는 게 학종인데 차 떼고 포 떼면 결국 평가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등학교 교사는 “2학년 때까지 비교과활동을 완성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3학년 1학기를 역전의 기회로 삼은 학생도 있을 것인데 일률적으로 반영 여부를 바꿔 버리면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대입을 코앞에 두고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라 고3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대입전형 변경안을 둘러싸고도 혼선이 일어난다.
서울대학교는 고3을 대상으로 하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기존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에서 ‘3등급 이내’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수능에 강점을 보이는 고3에게는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사는 “고3 대상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변경하면서 수능 공부에 힘을 쏟은 학생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고3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는 수시 면접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대학 측이 사전에 공개한 질문에 대해 학생이 답변을 스스로 녹화해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오는 9월23일 수시 원서 접수 개시까지 딱 100일 남은 상황에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어 학생들은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 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각 학교가 비상운영되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교육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7월이 가기 전까지는 각 대학의 입시 전형계획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채 교사는 “현재 금지된 ‘학교소개자료(스쿨 프로파일)’를 한시적으로 부활시키거나 학생부에 코로나19에 따른 특이사항을 기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대학이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학생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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