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춘재 8차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체모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정한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5일 이춘재 8차사건 재심 2차 공판에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범행 현장에서 채증한 체모 2점과 재심청구인 윤모(53)씨 모발 2점, 이춘재의 DNA 등을 감정하기로 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현장 체모 2점과 윤씨 모발 2점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날 해당 압수물을 법원에 제출했다.
감정 절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이 법정에 나와 감정인 선서를 한 뒤 진행됐다.
재판부는 감정인에게 “통상적으로는 감정촉탁을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과거 8차 사건 DNA 감정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고, 이에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감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에 엄중함이 있어서 감정인 선서를 받고 하겠다. 선서했기 때문에 허위 감정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정확하게 감정해달라”고 당부했다.
감정 목적은 범행 현장 체모 2점과 윤씨 모발 2점에 대한 동일성, 범행 현장 체모 2점과 대검찰청에 보관돼 있는 이춘재의 유전자 동일성 등이다.
다만 범행 현장 체모가 30년 전 증거물인 점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대검찰청에 보관된 이춘재의 유전자 말고 이춘재의 구강상피세포나 체모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춘재는 피고인이 아니라며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할지 염려했다.
검찰 측은 “그런 문제가 있어서 임의제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범행 현장 체모와 비교한 뒤 대검과 협의해 추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정 결과는 통상 30일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해 다음 달 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는 30년 전 윤씨가 체포되기 직전까지 함께 지내며 일했던 농기계 수리점 사장 A씨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윤씨 체포 당시 상황과 조서 작성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
A씨는 “윤씨는 농기계 고칠 때 다리가 불편해서 가슴을 기계에 대고 일해서 기름때가 항상 묻는데 옷을 잘 갈아입지 않았다”며 윤씨가 범인이라면 현장에 기름이 묻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문이 무거워서 다리가 불편한 윤씨 혼자 여닫지 못 한다’, ‘50~100m 걸으면 주저앉을 정도로 오래 걷지 못한다’며 윤씨가 혼자 밤에 나가 범행했을 리 없다“고도 증언했다.
그 밖에도 윤씨 체포 당시 불법체포된 부분, A씨가 자신의 어린아이들을 윤씨에게 맡기고 시장에 다녀올 정도로 믿고 지낸 사이라는 내용도 진술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1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다음 재판에는 피해자 유족,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집 세입자, 윤씨 친구, 윤씨의 사촌누나 등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재판부는 수사 관계자 등 증인 신문을 위해 8월부터 2차례씩 재판을 열고, 11월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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