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말, 6공 초, 즉 1980년대 중후반을 ㉠3저(三低) 호황시대라 부른다. 정치·사회적으로는 혼란스러웠지만 경기는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 했다.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이라는 ‘3저 현상’으로 경제가 순풍에 돛단 듯했다. ㉡일자리는 경제성장률의 종속변수다. 경제성장률이 1986년 11.2%, 1987년 12.5%, 1988년 11.9%였으니 일자리가 넘쳐 날 수밖에 없었다. 마이너스 성장만 안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지금 처지에서 보면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1980년대 대학생들은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가 돌 던지고, 학점이 바닥을 기더라도 취직 걱정은 별로 안 했다. 취업 측면만 보면 대단히 운이 좋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눈물의 구조조정이란 표현이 횡행했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기존 취업자들인 중장년층의 타격이 컸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취업 시장은 신입 공채 대신 경력직 위주로 판이 새로 짜여 갔다.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덮쳤고 이번에는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 자료로 올 4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4.6%였다. 4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늦게 취직하면 같은 연령의 근로자에 비해 10년간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진다. 늦게 취직하는 것만 해도 억울한데 그 영향이 10년 이상 간다는 말이다. 취직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눈높이를 낮춰 일자리를 잡으려 할 것이고 첫 임금이 이후 임금 인상이나 이직의 경우 기준점으로 계속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2007∼2015년 장기 분석에 따르면 4년 늦게 직장을 구한 20대는 곧바로 취업한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임금이 4년 뒤 60%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청년층은 IMF 세대보다 더 불운한 코로나 세대라 할 만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평생소득가설(Life Cycle Hypothesis)이라는 소비이론이 있다. 40, 50대처럼 돈을 많이 버는 시기에 저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적게 버는 청년 시기에는 빚을 내서라도 소득보다 많은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첫 취업 자체가 많이 늦어진 데다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일자리 자체가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까지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장차 내 소득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든 코로나 세대를 대상으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이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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