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94 있어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KF94 마스크를 사러 온 시민은 KF80밖에 없단 말에 아쉬워하며 돌아섰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KF94보다 KF80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지만 오히려 이 시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에 KF94 마스크를 찾아 다니고 있었다.
“새부리형 있어요?” 20분 뒤 근처 약국. 이번에는 코와 마스크가 직접 닿지 않는 ‘새부리형’ 마스크를 찾아온 시민이 ‘일자형’ 마스크뿐이라는 말에 빈손으로 돌아갔다.
공적마스크 1인당 구매 가능 개수가 3장에서 10장으로 늘어난 이날, 두 약국 모두 마스크가 100장 넘게 쌓여있었다. 공적마스크 물량이 나타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인근 약국의 남은 마스크 물량이 대부분 100장 이상이었다. 정부가 한꺼번에 구매 수량을 10장까지 늘렸지만 수량은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날 <뉴스1>이 만난 약사들의 고민은 수량보다는 ‘종류’에 있었다. 마스크를 한 번에 10장씩 사가게 되면서 한명이 인기 있는 마스크 종류를 모두 사가면, 다른 손님들은 원하는 종류가 없어서 헛걸음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던 오후 12시30분쯤, 공덕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이날 주문한 마스크의 절반가량이 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평소와 똑같이 마스크 300장을 주문했지만, 이날 10장씩 사가는 손님들이 많아 평소보다 마스크가 빨리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하루 900장까지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량이 모자랄 걱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마스크 수량이야 약사들이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지만 마스크 종류와 브랜드는 정할 수 없다”며 “오늘은 약국에 KF80 종류만 들어와서 방금 KF94가 없단말에 되돌아간 사례와 같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고 밝혔다.
인근 약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 약국은 지난주까지 대형 마스크 100장과 소형 100장을 주문했다가 이날부터 대형 300장과 소형 100장을 공급받았다. 그런데 KF94 마스크가 300장 중 100장만 입고됐다. KF94를 사러 왔다가 재고가 없어 KF80 마스크를 3장만 사간 김모씨(24)는 “요즘 확진자가 늘어서 아무리 더워도 KF94를 쓰는데 여기는 KF80뿐이라 10장을 채워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KF80과 KF94, 중형과 소형 마스크를 종류별로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그는 “이미 팔고 남은 재고가 700~800장 가까이 쌓여있어서 종류도 그만큼 다양한 것”이라며 “오늘 10장씩 사간 손님들이 많아서 이번 달 안에 재고가 다 나갈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장의 보건용 마스크가 남아돌고 10장까지 살 수 있게 됐지만, 약국에서 공급받을 마스크 종류를 직접 정할 수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인터넷, 마트 등을 전전하며 원하는 종류의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맞춰 초기 ‘마스크 물량 대란’ 때나 있었던 마스크 사기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호흡하기 편한 비말차단용 마스크가 인기를 끌면서 제조사 ‘웰킵스’의 쇼핑몰을 ‘웰킵스마트’ 등으로 교묘하게 바꾼 가짜사이트가 나와 소비자가 입금한 마스크 대금을 가로챈 사례도 있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등 다양한 종류의 마스크 수요가 늘어난 만큼, 식약처는 마스크 제조업체가 공적 마스크로 풀어야 하는 비율을 하루 60% 이상에서 50%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식약처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일일 생산량의 50%를 자율 생산할 수 있는 만큼 비말차단용 마스크 공급량이 50% 내에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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