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자부존재확인 소송자격 제한해야”…40년만에 판례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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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8일 16시 02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증손자는 증조할아버지와 그 장녀 사이에 관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민법상 친족이라는 신분관계를 가졌다면 일률적으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청구할 이익이 있다고 인정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40년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8일 최모씨가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에서 각하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독립유공자 고(故) A씨의 장녀인 고 B씨의 자녀 C씨(A씨의 손녀)는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A씨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A씨의 장남 고 D씨의 손자인 최씨(A씨의 증손자)는 “B씨는 A씨의 친생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독립유공자 A씨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기 위해 검사를 상대로 A씨와 B씨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B씨가 A씨의 자녀가 아니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려면 나이가 가장 많은 손자녀여야 하는데, A씨의 다른 손자녀가 생존해 있으므로 증손자인 최씨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로 독립유공자 유족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며 “소송으로 최씨가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청구가 부적법하다며 1심을 취소하고 각하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심 판단을 지지했다.

재판부는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전면적으로 폐지되면서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로 재편되고 호적부를 대신한 가족관계등록부에도 개인을 중심으로 가족관계변동사항이 기록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가족형태도 이미 핵가족화돼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 밀접한 신분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법률적, 사회적 근거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이라는 신분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관한 다수의견에 찬성하지만, A의 증손자로서 직계비속인 최씨는 당연제소권자인 ‘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에 해당하므로 원고적격이 있다고 봐야한다”며 “다만, 2심은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판단도 했으므로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1981년10월13일 선고한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약 40년간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신분관계만 있어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해왔다”며 “그러나 가족제도에 관한 법률적, 사회적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해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반영해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종해 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하급심 실무의 지침이 되도록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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