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이곳은 점심식사 후 찾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카페 직원은 손님들이 주문한 모든 음료를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아 건넸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주문을 받을 때 다회용컵(머그컵) 이용 여부를 손님에게 물어야 하지만 묻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대, 이 카페에서 500m 가량 떨어진 다른 커피전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기자가 음료 주문을 마치자 직원은 진동벨을 건넸다. 기자가 “매장 내에서 마시겠다”며 음료를 머그컵에 담아 줄 것을 요청했지만 직원은 안 된다고 했다.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들이 머그컵 사용을 꺼려 당분간은 1회용 플라스틱컵만 제공한다”고 했다. 이 커피전문점에서는 모든 손님들이 1회용 플라스틱컵과 1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매장 쓰레기통에는 1회용 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에선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환경부는 2018년 8월 1일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식품접객업소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이 다회용컵 사용을 꺼리자 정부는 올 2월부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손님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1회용 플라스틱컵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시내 6곳의 카페에선 손님에게 의사를 따로 묻지 않고 모든 음료를 1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담아 내줬다.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선 음료뿐 아니라 케이크를 주문한 손님에게도 스테인리스 포크 대신 비닐로 포장된 1회용 플라스틱 포크를 제공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각 구청이 운영하는 재활용품 선별장의 올 2월 하루 평균 재활용 쓰레기 반입량은 1200t을 넘었다. 3월엔 1173t, 4월엔 1176t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하루 평균 1000t가량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피전문점 등에서 1회용컵 사용이 늘어나면서 재활용품 쓰레기 반입량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택배 박스로 많이 쓰이는 종이류 쓰레기는 지난해 2월 89t에서 올해 2월 186t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주문이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4조790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800억 원이 늘었다. 각 구청이 운영하는 재활용품 선별장은 단독주택이나 상가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만 취급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재활용 쓰레기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장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세척과 소독을 제대로 한다면 1회용 플라스틱컵보다는 다회용컵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면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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