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사망사고’ 스쿨존 단속카메라 7개월전부터 요구했는데도 설치 안됐다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19일 08시 20분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 인도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지난 15일 오후 어머니와 하원하던 6세 여자 어린이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한 아반떼에 치여 이곳에서 숨졌다. © 뉴스1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 인도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지난 15일 오후 어머니와 하원하던 6세 여자 어린이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한 아반떼에 치여 이곳에서 숨졌다. © 뉴스1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머니와 걸어가던 6세 여자 어린이가 승용차에 치여 숨진 부산 해운대구의 해당 초등학교는 이미 지난해 11월 단속카메라 설치를 경찰에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초등학교는 지난해 11월 관할 해운대경찰서에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단속카메라를 설치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교통사고 위험요인이 많은 구간이라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단속카메라 설치를 요구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관할 해운대 구청에도 공문을 보내 버스정류장 이전과 옐로카펫 재정비를 요구했다.

옐로카펫을 처음으로 설치한지 3년이 지났고 학교 정문 앞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정류장, 학원 통학차량, 학부모가 자녀를 기다리는 차량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위험하고 운전자들도 시야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옐로카펫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들도 쉽게 인지하도록 바닥이나 벽면을 노란색으로 표시하는 교통안전 시설물을 말한다.

관할 구청은 지난해 12월 말에 노후화된 옐로카펫을 다시 칠하고 올해 3월 시내버스 정류장을 학교 강당과 가까운 정문 왼쪽으로 옮겼다.

이상한 점은 학부모들과 사고 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과속 단속카메라가 분명 설치돼 있었는데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의문을 제기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스형 과속 단속카메라는 학교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었으나 지난해 갑자기 사라지고 반사경으로 교체됐다.

이후 학부모들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학교가 관할 경찰서에 공문으로 단속카메라 재설치를 요청했지만 반년이 넘도록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 단속 카메라를 포함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시설물은 일선 경찰서로 예산이 내려오는게 아니라 지자체와 행안부가 일괄 집행하기 때문에 고정식 과속단속 카메라와 신호위반 카메라 설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교통안전시설물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려고 사전에 대상 장소를 파악하면서 사업 집행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단속카메라는 오는 22일 설치공사가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있었던 박스형 과속 단속카메라는 2018년 5월 처음 설치됐으나 지난해 3월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이전됐다.

단속카메라에 위반 차량이 거의 적발되지 않자 과속으로 주행하는 차량들이 잦은 곳으로 옮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속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반산초 인근을 점검해 봤는데 3~4일동안 하루종일 세워둬도 적발 건 수가 없어 과속 단속이 필요한 인지초 인근으로 이전했다”며 “추가로 설치하기에는 예산 문제도 있어서 반산초와 해원초 인근 단속카메라 2개를 이전시켰는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9800여건을 적발했고 실효성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41)는 “매번 다니는 길이지만 불법 좌회전 차량도 많고 신호를 안지키는 차량도 많아 단속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며 “관계당국에서 교통안전 시설물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이는 늑장대응”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단톡방에서 단속카메라부터 좀 빨리 달아달라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며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기 때문에 단속 카메라가 필요한 것인데 단속건수 없어 철거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5일 오후 어머니와 학교 앞 인도를 걸어가던 6살 여자 어린이는 불법 좌회전을 하던 SUV에 부딪힌 뒤 비탈길을 따라 가속하던 승용차가 덮쳐 숨졌다.

사고 지점은 좌우로 굽은 언덕길과 위아래로 비탈이 심한 경사로가 만나는 곳이었다. 특히 이곳은 경사가 심해 차량이 조금만 속력을 내도 가속이 급격하게 붙기 때문에 내리막길 시작 지점부터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고 조심스레 내려오는 장소다.

하지만 비탈진 경사로의 과속방지턱은 바닥 노면과 거의 붙어있을 정도로 낮았고 마트 주차장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불법 좌회전 차량을 막는 시선유도봉도 없었다.

불법 좌회전 차량으로 인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차량들도 자주 접촉사고 위기를 겪으면서 경적을 울리는 광경이 종종 목격됐다.

경찰은 사흘이 지난 18일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1차 사고가 발생한 마트 주차장 앞에는 중앙선 침범을 예방하기 위해 시선유도봉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리막길 사고 예방을 위해 단속 카메라를 새로 설치하고 과속방지턱도 정비하기로 했다. 사고가 난 초등학교 주변에는 강성방호울타리를 설치하고 속도알리미, 볼라드를 설치한다. 정문 앞 횡단보도를 개선하고 보행자 안전펜스도 추가로 만든다.

등·하교 시간에는 경찰관과 사회복무요원, 학교지킴이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안전활동과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산경찰청도 부산 전 지역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대상으로 특별점검하고 취약시설에 대해서는 관련시설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3월 어린이보호구역 무인단속카메라와 신호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어린이 보호구역 무인단속카메라를 100% 설치하고 사고위험도가 높은 초등학교 96곳에 무인카메라 를 설치하기로 했었다. 이번에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도 사고위험이 높은 대상 명단에 포함돼 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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