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개막한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무관중 경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과 취재진, 구단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매일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본보 기자가 11일 잠실야구장을 찾아 방역 작업 현장을 경험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2017년 840만 관중을 돌파했고 2018년 807만 명, 지난해 728만 명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5월 개막 이후 ‘0명’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무 관중 경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인기 구단인 LG와 두산이 함께 사용하는 구장이지만 주위는 한산했다. 야구장 입구 편의점과 분식집 한곳만 문을 열었을 뿐 대부분의 상점은 휴업 중이었다. 야구장 입장도 까다로워졌다. 발열 여부를 검사받고 개인정보를 문진표에 작성한 뒤에야 구장 입장이 허용됐다. 야구장 방역 체험이 쉽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란 예고처럼 느껴졌다.
● 방역복 입고 소독작업에 땀이 줄줄
잠실야구장의 기본 방역과 청소를 총괄하는 백상기업 현종남 소장은 기자에게 방역복과 오염 차단용 라텍스 장갑, 고글을 전달하며 “날이 더운데 고생 좀 되시겠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야구장 구석구석을 소독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란다.
방역 장비를 갖추고 1루 쪽 LG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잠시 후 연막소독기의 시동을 걸었다. 부릉부릉 요란한 굉음이 울리더니 하얀 소독액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막소독기는 10kg이 넘어 두 손으로 조작을 해야 했다. 더그아웃 탁자 밑과 쓰레기통 주변에 소독약을 뿌리기 시작했다. 10여분쯤 흘렀을까. 더그아웃 주변을 잠시 돌았을 뿐인데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고글에는 수증기가 맺혀 앞이 뿌옇게 보였다. 섭씨 30도에 육박한 날씨에 통풍이 안 되는 방역복까지 입은 탓에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약 20분간 더그아웃 소독을 마친 뒤 방역복을 벗고 나머지 소독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독액을 묻힌 행주로 탁자와 손잡이, 의자, 휴지통을 닦고 또 닦았다.
현 소장은 “야구장은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관객이 없어도 매일 소독을 하고 있다”며 “관리본부는 생활방역을 맡고 월 2회 전문방역업체가 야구장 내부와 구단 버스까지 소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본부는 매일 총 6명이 오전 방역 작업과 오후 청소 및 정리를 도맡고 있다.
이어 야구장 구내식당으로 이동했다. 구단 관계자와 언론사 취재팀이 이용하는 곳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식당 테이블 마다 플라스틱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앞 좌석에서 침 등 분비액이 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기자가 식탁 위를 더그아웃에서 사용하던 행주로 닦으려 하자 한 관리본부 직원이 “같은 행주로 탁자와 의자를 닦으면 안된다”고 핀잔을 줬다. 식탁과 의자, 세면대, 화장실 용 행주를 색깔별로 구분해 사용하라는 거였다. 의자 30여개를 소독액을 묻혀 닦다보니 오른팔은 뻐근했고 허리가 아파왔다.
● 관중 입장 염두에 둔 방역작업도 진행 중
식당 소독 작업을 마치자마자 2층 기자실로 향했다. 야구장에 출입하는 기자는 20~30명.왕래가 많은 공간인 만큼 탁자나 출입문 손잡이를 몇 번이고 세심하게 소독했다. 김종욱 잠실야구장 관리팀장은 “기자실도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옆 자리를 비우고 앉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선수단 라커룸과 실내연습장은 취재진은 물론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야구장 중앙문 주차장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선수들과의 개별 접촉을 최대한 줄여 코로나19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김 팀장은 “관중 입장을 대비해 방역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야구는 야외 경기인 만큼 생활방역만 잘 지켜진다면 예전처럼 야구를 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 경기장 정원의 25%(약 6000석)만 입장시키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본부는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 사후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오염 방지를 위해 관람석과 화장실 소독을 정례화 하겠다는 것이다. 2시간 남짓 약식으로 체험한 방역이었지만 야구장 정상화를 기대하는 관리본부 관계자들의 노력을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다.
● 한국야구위원회, 거리두기 관중 개방 추진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하루빨리 야구장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0개 구단과 방역 매뉴얼을 공유하면서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허락하면 언제든 티켓을 오픈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KBO 관계자는 “야구장은 야외인데다 그라운드 한쪽으로만 좌석이 배치돼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만 지키면 별 문제가 없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라는 정부 조치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 관중 경기가 계속되면서 전국 10개 구단들의 어려움도 심화되고 있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입장 수입은 총 1000억 원대 규모다. 그러나 올 시즌은 입장권 수입이 없다보니 구단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KBO 관계자는 “일부 지방 구단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경기부터 일부 관중을 입장시켜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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