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확진자 전국으로 흩어져
9명은 입국땐 증상 없어 검역통과, 각 지역 시설-진료소 검사서 ‘양성’
방글라데시 누적확진자, 한국 8배
“외국인 근로자 방역 강화 시급”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아시아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남아시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폭증하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여기에 한동안 한국행을 미뤄왔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방글라데시발 무더기 감염’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지역감염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해외발 위험 요소까지 커지는 형국이다.
○ 무증상·경증 입국자 방역 비상
해외 입국자들의 경우 유증상자는 공항에서 바로 격리해서 검사를 하는 반면 무증상자는 일단 거주지나 임시격리시설로 이동해 진단검사를 받는다. 18일 방글라데시에서 온 확진자 11명 중 9명이 전국 각지로 이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 남원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방글라데시 남성은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전북에서 일한 뒤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다. 재입국 당시 아무 증상이 없었다. 경기 화성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또 다른 30대 방글라데시 남성 역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때까지도 증상이 없었다.
한국인 확진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부터 방글라데시에서 유학하다 귀국해 경기 남양주시로 이동한 10대 청소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입국해 경기 광주시로 이동한 40대 남성 모두 무증상으로 인천국제공항 검역을 통과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도 지역이나 진료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무증상 또는 경증 입국자가 늘어나는 것은 방역에 큰 위험 요소다.
○ “위험 국가, 입국 제한” 목소리
방글라데시발 무더기 확진이 국내 확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위험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오는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에 방역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남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하다. 방글라데시는 18일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4008명이나 나왔다.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9만8489명으로 우리나라(1만2306명)의 8배다. 파키스탄 상황은 더 안 좋다. 18일 5358명이 새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16만 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는 18일 신규 확진자 1031명, 누적 확진자 4만1431명을 기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이들 국가 출신이다. 3월 말 기준으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인은 2만7268명, 방글라데시인은 9137명, 파키스탄인은 2968명에 달했다.
이 중 일부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된 3, 4월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최근 재입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자국으로 갔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난달 말부터 자국 확진자가 늘어나자 한국으로 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18일 “국내 농어업 근로자 수요가 늘어 외국인 입국자가 많고 앞으로 위험 요인이 커질 것”이라고 예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각국의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지켜보면서 유행이 심각한 국가에 대한 입국 제한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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