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긴급조치 9호 위반’ YS 비서실장’ 김덕룡에 재심 결정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21일 14시 42분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News1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News1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재심 대상이 아닌 ‘면소’ 판결을 받았어도, 재심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는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재심청구 기각에 불복해 낸 즉시항고를 받아들였다.

유신체제 시절인 지난 1976년 김 이사장은 김지하 시인의 시를 배포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년 뒤 1979년 6월 김 이사장은 당시 신민당 총재이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중 ‘YH무역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 백서’를 제작 및 배포 혐의(긴급조치 제9호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 해 12월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됐고, 법원은 김 이사장에게 면소판결을 선고했다. 면소란 법령 폐지, 사면, 공소시효 완성으로 법원이 사건을 진행해도 실체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할 때 형사소송절차를 종결시키는 절차를 뜻한다.

이후 법원은 1976년 선고된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1979년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대상을 유죄를 확정받은 판결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김 이사장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된 경우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돼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며 다시 소송을 냈다.

1심은 “재심의 대상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법률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형사보상을 받을 길도 열려 있으므로, 재심 절차를 통해 무죄판결을 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김 이사장은 항고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고심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무효다”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기소된 김 이사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어야 하고, 그럼에도 면소를 선고한 재심대상판결에는 재심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선고 전에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돼 면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법원으로서는 무죄판결을 선고해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해 재판을 받은 사람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권리구제의 폭을 넓혀줌이 마땅하다”고 덧붙엿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재심 대상의 범위를 넓히는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마련된 재심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검찰도 지난해 6월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해 ‘혐의없음’ 처분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