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험 부정행위 잇따르자 학생들 ‘통과-낙제’ 방식 허용 요구
서강대-홍익대는 수용하기로… 일부는 “변별력 떨어뜨려” 반대
“커닝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는데 시험 성적을 상대평가로 내겠다는 건, 부정행위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가요?”
한양대 공대에 다니는 박모 씨(25)는 21일 최근 대학들의 성적 관리에 크게 분개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학교가 감독 체계를 제대로 정비했더라면 부정행위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부정행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든 학교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많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선택적 패스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여러 대학의 기말고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선 성적 산출 방식을 놓고 혼란을 빚고 있다. 상당수 학생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실시한 비대면 온라인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다수 적발된 만큼 종전의 상대평가로 학기 성적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대안으로 학교 측에 제시하는 방식은 선택적 패스제다. 이 제도는 최종 성적을 확인한 학생이 부여된 성적을 그대로 받을지, ‘패스(Pass·통과)’ 처리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패스로 처리하면 성적표에는 기존의 A∼D와 같은 평점 대신 ‘P’ 표시만 남는다. P로 표시된 과목은 학점 평점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고 이수한 것으로만 반영된다. 가령 한 학생이 특정 과목에서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도 P로 처리하면 이수만 되고 학점이 깎이진 않는다.
5일 홍익대를 시작으로 11일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온라인시험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대학들은 이 제도를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져 있다.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선택적 패스제는 학습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성적 변별력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대학 경쟁력도 실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 관계자도“(선택적 패스제는) 부정행위에 연루되지 않은 다수 학생들에게 오히려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단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선 학생 200여 명이 모여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8일 연세대 총학생회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이 15일 “(선택적 패스제는) 부정행위로 인한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며 거부하자 단체 행동에 나섰다.
중앙대 총학생회와 동국대 총학생회는 17, 18일 대학 측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담긴 입장문을 전달했다. 한양대는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선택적 패스제 도입과 관련한 학생 설문을 진행해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18일 교무처를 항의 방문했던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22일부터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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