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 재포장 금지 논란에 환경부 “원점 재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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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판매 막아” 비판 거세자 22일 의견수렴 일정 등 발표

환경부가 7월 시행하려던 이른바 ‘재포장 금지 규정’의 세부 지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21일 밝혔다. 포장 폐기물 감축이라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할인정책 중단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제조·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인데도 꼼꼼한 실태 파악과 충분한 설득 없이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환경부는 올 1월 재포장을 규제하는 개정 자원재활용법의 하위법령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나 면적이 33m² 이상인 매장에서 포장된 상품을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걸 금지한 게 핵심이다. 환경부는 “제품 판촉을 위한 원 플러스 원(1+1), 묶음 등의 불필요한 재포장 사례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포장 금지 규정이 모호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1 판매를 비롯해 현재 실시 중인 다양한 형태의 판촉 할인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포장 금지만 강조하던 환경부는 뒤늦게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1+1 묶음으로 팔 때 업체가 우유 두 개를 새로운 포장지에 담아 묶음으로 판매하면 위반이다. 하지만 하나씩 따로 가져가면 문제없다. 과자를 5개씩 묶어 번들로 판매할 때도 별도 손잡이가 달린 비닐가방에 넣으면 위반이다. 하지만 테이프로 붙여 파는 건 괜찮다. 초콜릿 2개를 살 때 1개 더 가져갈 경우 3개 묶음 포장만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팔 수 있다.

하지만 샴푸를 살 때 작은 샴푸를 증정용으로 주면서 새로 상자를 만들거나, 커피믹스를 팔면서 포장상자 안에 증정용 머그컵을 넣으면 위반이다. 여러 종류의 과자나 요구르트 등을 5, 6개씩 넣어 새로 포장한 제품은 당초 낱개로 팔던 제품을 유통과정에서 재포장한 것이어서 위반이다. 하지만 5+1 형태로 팔리는 라면처럼 사은품 형식을 띠지만 기존 번들과 차이가 없는 제품은 위반 여부가 모호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제 도입 취지는 좋으나 세부 규정이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복잡해 기업의 마케팅을 과도하게 막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 씨(40·여)는 “할인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지만 결국 기업이 판촉을 줄이면 할인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제품 제조자, 유통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재포장 금지 제도를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세부지침 재검토를 위해 22일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일정과 방식, 시행 시기 등의 구체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박재명 jmpark@donga.com·강은지 기자
#환경부#재포장#금지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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