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중증환자 2주새 倍로 늘어 수도권 음압병상 10%가량 남아
임상위 “50세미만 경증 입원 불필요… 입-퇴원 관리로 병상 부족 막아야”
방판업소 등 4곳 ‘고위험’ 추가 지정
수도권과 대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시아발 입국 확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에서 이동량이 느는 등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는 해이해지는 양상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일부 국가의 입국 제한을 강화하는 한편 고위험시설을 추가 지정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 늘어나는 서남아시아발 확진자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파키스탄 17만1666명, 방글라데시 10만5535명 등 서남아시아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달 들어 해외 입국 확진자는 총 176명. 이 중 파키스탄발 입국자는 45명, 방글라데시는 15명이다. 특히 방글라데시발 코로나19 유입은 이달 19일부터 갑자기 늘고 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서 들어오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금어기가 해제되고 농번기를 맞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두 국가에 대해 비자 발급과 항공편을 제한하는 ‘사전적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외교 및 관용, 중요한 사업상 목적 이외에 신규 비자 발급을 억제하고, 부정기 항공편 운항 허가를 일시 중단한다.
○ 방판·뷔페 등 고위험시설 지정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수도권에 시행된 방역 강화 조치 이후 세 번째 주말(이달 13, 14일)에도 수도권 시민들의 이동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휴대전화 이동량과 대중교통 이용량, 카드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3, 14일 수도권 주민 이동량은 직전 주말(6, 7일)에 비해 2.3% 늘었다.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기 전 주말(5월 23, 24일)과 비교하면 약 99% 수준에 불과하다. 수도권 집단 감염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해이해진 셈이다.
이에 정부는 23일부터 방문·다단계판매업소, 유통물류센터, 300인 이상 대형 학원, 뷔페음식점 등 4개 시설을 고위험시설에 추가하기로 했다.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등 기존 고위험시설 8곳에 포함되지 않은 방역 사각지대들이다. 앞서 2일 정부는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클럽·룸살롱 등), 노래연습장 등 8개 업종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다. 고위험시설에 지정되면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관리 등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 병상 확보 위해 퇴원 기준 완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50대 환자 비율은 5월 둘째 주 11.7%였으나 이달 셋째 주 50%로 늘었다. 21일 0시 기준 위중 및 중증 환자는 34명이다. 이달 8일 14명이던 위중·중증환자가 약 2주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기계 호흡을 하거나 인공 심폐장치인 에크모(ECMO)를 쓰는 위중 환자는 절반에 해당하는 17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한 음압병상은 전체의 11.5%만 남았다. 서울·경기·인천의 중환자 음압병상은 총 328병상이다. 20일 낮 12시 기준 38병상만 비어 있는 상태다. 이에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1일 코로나19 환자의 입·퇴원 기준을 바꿔 병상 관리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입·퇴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병상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임상위는 국내 55개 병원에 입원한 3060명의 코로나19 환자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은 50세 미만 환자는 병원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병원 대신 자택이나 생활치료시설에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최대 59.3%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스페인 등 해외 사례에 비춰 볼 때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무증상자가 확진자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무증상 감염자가 10배 이상 많고, 일상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기에 소위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며 “증상자 중심으로 한 명 한 명을 쫓아가는 현 방역 수단으로는 확산을 막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