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이를 제한할 법률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현실-대북전단 금지, 역사왜곡금지법 등’이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이들(탈북민단체)의 행위를 형사법으로 처벌하고 단체의 해산을 검토한다는 것, 또 일부 정치권에서는 관련 금지 법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의 위반이 의심된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김 부장판사는 “정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를 법적 근거로 삼는 모양인데 납득하기 어렵다”며 “같은법 제1조의 목적 조항을 보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 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규정된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률의 제정 이유는 애초 남북한의 교류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북한 지역에 대해 바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뤄지는 전단지를 보내는 행위는 애초 이 법이 예정하던 범위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표현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는 지역에 대해 유일하게 사용가능한 표현수단인 전단지를 날려 보내는 행위를 두고, 남북한 사이에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 등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것은 전혀 평면을 달리하는 엉뚱한 법의 적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만약 이 법률을 적용하려는 통일부나 경찰 등의 태도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것이라면 과거에도 이 법을 적용해서 대북전단지를 보내는 것을 막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가능하다고 우기지만 당시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전혀 적용될 만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지금 통일부나 경찰, 심지어 군까지 보이는 태도를 보면 마치 북한을 향해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위 자체를 사전에라도 통제할 듯한 태도를 보인다”며 “이것은 표현의 자유의 사전억제 금지에 정면으로 위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에 대해서도 “이 법안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심각한 무시일 수가 있다”며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어떤 형태로든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주장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토론과 비판을 통해 정화된다”며 “사람들에게 수용되지 못한 왜곡과 주장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기 어려우므로 처벌의 가치도 없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정의라고 정하고 그것에 배치되는 사실 인식과 주장은 조금도 허용하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접근법은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독재적 독선적 접근일 수 있다”며 “법은 항상 최소한이어야지 법이 도덕이나 희망과 동일한 범위로 확장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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