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스마트폰 이용자 수만 명은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확진자의 동선에 촉각을 세우던 시기였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보낸 줄 알고 무심코 인터넷주소(URL)를 누르는 순간 접속된 건 사기도박 사이트였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이처럼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문자메시지로 보내 사기도박이나 투자사이트 가입을 유도해 피해자 62명에게 약 26억 원을 뜯어낸 A 씨(33)와 B 씨(23)를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군 복무 중인 공범 C 씨(23)는 같은 혐의로 군 검찰에 넘겼고, 사이트 제작을 맡은 D 씨(55)는 불구속 입건했다.
A 씨 일당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무려 62만9575건. 그 중엔 “코로나19 환자, 정부가 밝힌 건 4명이지만 실제론 29명” 등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코로나 확산 막을 백신 테스트 정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런 문구 뒤에 붙은 URL을 누르면 어김없이 사기도박이나 투자 사이트로 연결됐다. 사이트 방문자가 ‘30일 안에 1억 원 모으기’ ‘전문가가 1 대 1로 스포츠 분석’ 등 문구에 혹해 카카오톡 상담을 신청하면 일당은 본격적으로 베팅을 권유했다. 이용자가 돈을 보내면 며칠 만에 수익이 수십 배 난 것처럼 꾸며 ‘투자액을 늘리라’고 재촉했다.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돈을 더 뜯어낸 뒤 잠적했다. 2주 만에 2억6000만 원을 잃은 피해자도 있었다. A 씨 일당이 이런 식으로 돌려 만든 사이트는 167개였다.
경찰이 올 1월 말 수사에 착수해 문자메시지 발송업체를 통해 추적해보니 A 씨 등은 필리핀 마닐라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발송과 사이트 관리, 홍보 등 역할을 체계적으로 나눠 맡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현지 경찰과 A 씨의 마닐라 주거지를 급습했을 때 그의 금고엔 현금 8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도박 사이트 수익이 떨어지자 범행 방식을 (관련 가짜뉴스를 보내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온라인 불법도박 업계도 코로나19로 ‘불경기’가 찾아오자 더욱 교묘한 사기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A 씨 등 4명 외에도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한 문자메시지 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도 최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안내를 사칭한 스미싱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스미싱은 사이트 접속자의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 등을 빼내는 수법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지원금 신청 결과를 확인하라”며 실제 휴대전화 본인 인증 화면과 유사한 사이트 주소를 보낸 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인증번호 요청’을 누르면 이를 탈취하는 등의 방식이 활개치고 있다.
경찰은 이런 범죄를 막기 위해 △보낸 이가 확실하지 않은 URL은 누르지 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스마트폰에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설정→보안→출처를 알 수 없는 앱’ 메뉴로 들어가 상태를 ‘허용 안 됨’으로 설정하고 △의심스러운 가짜뉴스를 지인들에게 재전송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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