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권한대행에게 결코 작게만 느껴질 수 없는 자리이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지역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시 내부에서는 그의 움직임을 ‘광폭 행보’라고 추켜세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보다 의사결정이 빨라졌고,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화자찬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명 시정의 변화는 있어 보인다.
더욱이 그와 삼두체제인 박성훈 부산경제부시장과 김선조 기획조정실장이 행정고시 37회 동기지만 나이로는 후배들이어서 ‘힘’을 합하는 데 최고의 구조다. 외부에서 수혈된 이들에게 “부산에 대해 뭘 알까”라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3명 다 부산에서 고교까지 다닌 부산 사람들이다. 행정자치부 전신인 내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형님 시장’과 기획예산처 출신인 ‘동생 부시장’의 조합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
변 권한대행은 18일 세종시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만나 조만간 발표될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객관적인 기술 검증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17일에는 청와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을 만나 역시 이 문제를 의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발걸음은 탄력이 붙은 듯 거침없다. 선출직이 아닌 정통 관료라 정치적 부담감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오직 시정에만 전념하겠다는 가벼운 발걸음이다.
1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영남권 간담회 자리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 입지로 가덕도를 언급했다. 2018년 7월 오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김해신공항의 재검증 요구 이후 금기시됐던 가덕도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 공직자가 “권한대행이 공식 석상에서 가덕도를 대체 입지로 말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한 말은 곱씹을 만하다. 지난달 3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오찬 회동에 이어 3일에는 민주당 전재수, 박재호 의원, 미래통합당 이헌승, 김도읍, 장제원, 하태경 의원 등 여야 의원을 잇달아 만나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과 함께 현안 사업의 지원을 요청했다.
행정가로서 소통과 협상력도 보여줬다. 지난달 27일 부산시청 로비를 점거한 채 9일간 농성을 벌이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와는 끈질긴 대화로 돌파구를 찾았다.
물론 그에게 그림자가 없는 건 아니다. 전 부산시장 자리가 여당의 몫이었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합리적 의심의 정황들이 감지되기도 한다. 오 전 시장을 보좌한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의 업무 복귀와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2등 후보자 임명이 대표적이다. 뚝심으로 밀어붙인 신 보좌관 복귀는 야당과 공무원노조의 반발 여진이 남아 있다. 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임명 건은 체육계의 불만이 잠재돼 있다.
변 권한대행이 시장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다. 바둑에서 꽃놀이패와 다를 바 없다. 이후의 몸값은 덤이다. 부산시민, 부산의 미래만 바라보고 시장 보궐선거가 있을 내년 4월 7일까지 사심 없이 달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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