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등 아동보육 위해
2월 이후 122일만에 22일 문열어
2m 거리두기 등 방역 원칙 강화
22일 오전 9시경 대구 수성구 지산동 해달별 어린이집.
앞뒤로 놓인 책상에 앉은 어린이들 서너 명이 밝은 표정으로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잠시 뒤 간식 시간에는 어린이들이 나란히 한쪽 방향을 보고 식탁에 앉아 과자와 음료를 먹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행여 어린이들이 밀접 접촉하지 않도록 이리저리 오가며 지도했다. 석성수 원장은 “방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사 때는 투명 가림막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아이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반 편성도 늘릴 생각”이라 말했다.
해달별 어린이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월 20일부터 4개월 넘게 휴원한 뒤 이날 정식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2m 거리 두기와 정기 소독, 개인위생 강화 등 3대 방역 기본 원칙을 강화했다.
어린이들이 사용한 마스크는 개별 비닐 팩에 넣어 보관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에 각별히 신경 썼다. 석 원장은 “손 씻기 횟수도 평소보다 3, 4번 늘리고 체온 측정도 하루 3번 이상 한다. 학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해서 추가 방역 대책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22일 지역 어린이집을 전면 개원했다. 날짜로 치면 122일 만이다. 우려가 컸으나 첫날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권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데다 경로를 모르는 감염 사례가 적지 않아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밀폐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아무래도 감염에 취약하지 않겠나. 앞으로 계속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시가 어린이집 전면 개원에 앞서 3∼9일 학부모 4만4000명과 어린이집 교직원 1만2000명, 시민 50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개원 대신 이달 말까지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59.8%로 가장 많았다. 또 어린이집 방역 안정성에 대해 응답 시민 39%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대구시가 어린이집을 전면 개원한 것은 맞벌이 부부 등 아동 보육이 필요한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어린이집 휴원 기간에 긴급 보육 서비스를 운영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3월에는 6.6%였지만 최근에는 66.9%까지 늘었다.
어린이집 인프라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어린이집은 지난달 말 기준 1247곳이며, 2월 말 대비 54곳이 감소했다. 이 기간 교직원은 1397명, 어린이집 아동은 9672명이 줄었다.
대구시는 감염 전문가의 지역 코로나19 안정세 진입 판단과 타 시도 어린이집 개원 상황 및 추가 감염 미발생 등을 종합 검토해 개원을 결정했다. 긴급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 3∼6월을 모의 훈련 기간으로 활용하면서 맞춤형 방역 체계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또 3세 이상 전원 마스크 착용, 3회 이상 발열 및 호흡기 증상 확인, 하루 7회 이상 손 씻기 등 대구형 어린이집 3·3·7 생활 수칙을 만들어 홍보하는 한편 증상이 있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대처 방안도 학부모에게 제공했다.
이와 함께 체온계 2950개와 손 소독제 2700개, 살균 소독제 1만5372개, 물비누 1275개, 방호복 1700벌, 마스크 21만 장 등을 어린이집에 배부했다. 학부모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대구시와 어린이집에 비상상황실도 운영한다. 방역 업무가 늘어나 보육교사가 부족한 어린이집에는 인력도 지원할 방침이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학습권 회복을 위해 시민 모두의 노력과 지지가 필요하다. 대구의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잘 활용해 어린이집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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