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 조사 주체를 둘러싼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 진정사건을 처음 배당했던 서울중앙지검과 함께 대검 감찰과가 서로 협의를 하며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윤 총장은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 한모씨가 당시 수사팀을 감찰해달라 요청한 사건도 대검 감찰부에 배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법무부와 대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불거진 잡음은 우선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과 권한이 다른 두 부서가 동시에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22일) 한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민본은 대검에 2010년 당시 한 전 총리 수사팀 전원에 대한 감찰요청 및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배당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의 또 다른 동료수감자인 최모씨가 제기한 진정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한씨의 감찰의뢰건은 대검 감찰부가 맡는 ‘투 트랙 수사’가 본격화됐다.
사실 대검은 앞서 최씨 진정사건에 대해서도 투 트랙 수사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하면서 지휘권자로 인권부장을 지목했다. 지휘계통을 인권부장으로 통일한 것이다.
그런데 한씨가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해 감찰을 의뢰하고,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맡게 되면서 사실상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두 부서가 ‘따로 또 같이’ 조사를 하게 됐다.
보통 검찰에서 여러 군데서 고발건이 들어와도 사건의 신속 처리와 효율성 등을 고려해 재배당을 거쳐 하나의 부서로 통일시키던 관행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례적인 ‘투 트랙 조사’가 이뤄지게 된 배경에는 ‘신뢰’의 문제가 작용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장 사퇴’까지 거론하며 검찰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사건을 맡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 참고인인 한씨도 서울중앙지검에서의 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해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을 해달라 요청했다.
실제로 한씨 측 사건을 맡은 신장식 변호사는 “중앙지검 특수 1·2부는 모해위증교사가 발생한 곳”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검 감찰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에 남게 해달라고 요청한 엄모 검사가 바로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모해위증교사 현장집행관 역할을 했던 분”이라며 “이런 분을 감싸고 도는 윤 총장이 배당한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건 수사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감찰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감찰부에서는 징계에 해당하는 사안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당부당’(옳고 그름)도 조사해야 한다”며 “징계시효가 지나서 감찰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감찰부의 권한을 축소해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투 트랙 조사가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정된 권한이 다른 두 부서가 어느 정도까지 협의가 가능한지, 두 부서를 총괄하며 지휘할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징계시효가 지난 사건인데다 감찰부는 검사의 징계를 전제로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권한에 한계가 있다”며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는 모해위증교사 의혹도 감찰부가 아닌 수사부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게 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위 지휘권자인 대검 차장이 양쪽 조사 결과를 받아서 관계 수사팀이 다 참석한 가운데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수사는 사실관계를 ‘밝히냐, 못 밝히냐’의 차이지 ‘봐주냐 안 봐주냐’의 차이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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