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학생들이 또 다시 적발됐다. 심지어 한 대학에선 수백여 명이 집단 ‘커닝’을 저지르기도 했다. 여러 대학에서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최종 성적의 수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택하는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 모바일메신저 이용해 부정행위
22일 오후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의 중앙대 게시판엔 한 법학 과목 강의의 일부 수강생들이 기말고사 부정행위를 모의했다는 글이 올라와 혼란이 벌어졌다. 작성자는 “우연히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됐는데 부정행위를 저지를 계획을 짜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해당 과목 수강생 A 씨와 B 씨는 이미 온라인 중간고사 때도 모바일메신저를 이용해 판례와 속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벌였다. 당시 적발되지 않은 채 좋은 성적까지 얻은 두 사람은 이달 중순 기말고사를 앞두고 다시 한번 커닝을 모의했다. 이번엔 또 다른 수강생 C 씨에게도 제안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은 부정행위를 논의하려고 C 씨를 채팅방에 초대한다는 게 게시물 작성자를 초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두 사람이 동명이인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뀐 걸 눈치를 못한 이들은 비밀을 털어놨고, 작성자는 이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A 씨 등은 게시판에 “답안이 아닌 판례를 공유하는 수준이어서 부정행위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스스로 부끄럽고 후회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사실을 인정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단과대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대응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부정행위엔 무관용이 원칙”이라 말했다.
한국외대도 한 강의의 수강생 700여 명이 18일 기말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답안을 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은 오픈채팅방이 익명 참여가 가능하고 방을 빠져나가면 흔적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해당 강의는 중간고사 때도 부정행위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해당 과목 기말고사를 다시 치르게 하고 표절 시스템을 통해 적발된 학생들은 낙제점을 줄 계획”이라 했다.
● 선택적 패스제 놓고 시끌
부정행위 논란이 커지자 ‘선택적 패스’ 제도와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단체행동도 계속 늘고 있다. 선택적 패스를 채택하면 최종 성적을 확인한 학생이 해당 성적을 받을지, 대신 ‘패스(Pass·통과)’로 처리할지 선택할 수 있다. 패스를 결정한 과목은 학점 평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이수로만 반영된다.
22일 연세대와 한양대, 이화여대에서 선택적 패스제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3일 경희대에서도 관련 집회가 열렸다. 경희대 학생들은 ‘경희대학교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을 꾸려 “코로나19로 변화된 수업환경 속에 등록금과 성적평가 기준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양대는 22일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23일 학교 규탄 집회로 번졌다. 한양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회에 참여해 학생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반응이 크게 늘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선택적 패스제 도입과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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