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보도 기자 무고·명예훼손 등 혐의
檢 "정봉주 신문도" vs 변호인 "망신주기"
1심, 무죄 판결…성추행 사실도 인정 안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봉주(60) 전 국회의원 항소심에서 검찰이 피해자 진술을 다시 들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4일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의원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핵심적인 사건”이라며 “이 법정에서 반드시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을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아울러 검찰은 “정 전 의원에 대한 망신주기가 아니라, 핵심 쟁점을 다시 한 번 평가 해보는 게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며 정 전 의원에 대한 신문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와 달리 정 전 의원 변호인은 “1심에서 그런 점에 대해 충분히 염두에 두고 심리했다”며 “결국은 같은 내용을 묻게 될 것으로,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 공소장 변경 신청을 두고도 검찰과 정 전 의원 측은 대립각을 세웠다.
검찰은 “1심은 성추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심리해 판단했다”며 “정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 자체를 만난 사실이 없어 성추행이 없다’는 주장을 했고, 저희도 기소 과정에서 명확히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만난 사실이 없다는 발언도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그 부분을 명확히 특정하고 항소심에서 판단을 구하겠다”고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
정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공소사실을 명확히 해 1심 무죄 판단을 뒤집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원 측 변호인은 “1심 공소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달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언론매체 프레시안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보도한 기자들을 무고하고 명예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8년 3월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여성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프레시안 기사는 가짜뉴스,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전 의원은 또 프레시안 기자들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 측에서도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카드 결제 내역 등을 조사해 정 전 의원과 A씨가 2011년 12월 한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고, 검찰도 혐의가 상당하다고 봐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이 고소한 사건은 고소가 취하된 점을 고려해 각하 처분했다.
1심은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추행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하는데 A씨의 여러 진술이 중요 사안에 있어서 서로 상반되거나 실질적인 모순이 많다”며 “A씨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성추행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인들의 진술도 전해 들은 것일 뿐 독자적인 증거 가치가 없다”면서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도 아니며 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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