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 기획조정실의 김지태 기획팀장은 13일 부여읍 동남리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로 1만4000원을 지불했더니 1120원(8%)이 인센티브로 다시 충전됐다. 굿뜨래페이를 충전할 때 인센티브 10%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현금으로 지불할 때보다 18% 절약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시적 특별 인센티브가 이달 말 없어져도 8%(소비 3%, 충전 5%)의 인센티브는 여전히 보장된다. 부여군은 가맹점끼리 굿뜨래페이로 결제할 경우 인센티브 5%를 제공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화폐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가맹점 간 굿뜨래페이 결제가 활성화되니 돈이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경제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순환형 굿뜨래페이’를 도입한 박 군수를 24일 만나 지역화폐의 성공적 운영 비결을 들어봤다.
―굿뜨래페이가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다.
“그렇다. 24일 기준으로 굿뜨래페이 충전액이 500억여 원이다. 부여군은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재정자립도는 최하위이지만 지역화폐 충전액은 가장 많다. 군민들이 거래의 절반가량(하루 5억 원 안팎)을 굿뜨래페이로 한다.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2300여 개 점포가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처음에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왜 이런 걸 만들었냐’ 하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지금은 충전액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 있다.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도입했다는데….
“부여는 인구가 크게 줄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32.4%)은 높아졌다. 충남 17.9%, 전국 15.1%에 비해 훨씬 높다. 그렇다 보니 소비는 감소하고 경제는 침체됐다. 우선 지역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취임 직후부터 준비해 지난해 12월 16일 굿뜨래페이를 출시했다. 기존에 지폐형 지역화폐가 있었는데 발행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공기관만 사용할 정도로 외면받았다. 굿뜨래페이는 스마트폰 앱과 카드로 사용하게 하고 인센티브를 대폭 늘렸다. 부여군이 도내에서 처음 도입한 농민수당을 굿뜨래페이로 지급해 마중물 역할을 하게 했다.”
―전국 최초의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라는데….
“굿뜨래페이의 최대 특징과 성공 요인은 순환형이라는 데 있다. 가맹점 간 결제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굿뜨래페이 사용을 촉진했더니 소비된 돈이 바로 현금화되지 않고 지역에 오래 머물게 됐다. 오래 머문 돈은 경제 혈관을 흘러들었다.”
―실제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나.
“소비가 5배 이상 늘고 순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이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지역에 숨어 있던 돈이 굿뜨래페이를 매개로 지역 자본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건가.
“카카오페이와 연계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려 한다. 아울러 소셜 펀딩을 추진하고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하면서 민간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공공배달 앱을 도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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