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지사의 기자회견에서 대권(大權)이 이슈가 된 건 꽤 역사가 길다. 3선에 성공한 심대평 전 지사가 2006년 정당(국민중심당)을 설립하고 그 이듬해 대선에 출마했다. 충청권에서는 세 명이 비슷한 시기에 대망론(大望論)에 오른 적도 있었다. 충북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충남의 이완구 전 국무총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다. 이 전 총리도 충남도지사를 지내 민선 충남도지사는 예외 없이 대권 열망을 보였다.
이들이 정치의 뒤안길로 물러나면서 수그러든 충청대망론이 최근 양승조 충남도지사에 의해 되살아났다. 양 지사는 11일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들을 만나 “몸을 풀고 있다”면서 대권 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감 떨어질 때만 기다리는 건 소극적”이라는 말도 했다. 차기인지, 차차기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22일의 민선 7기 충남도지사 2주년 기자회견은 대권 질의로 시작됐다. 양 지사는 “아직 도정에 전념할 때”라고 한 자락 깔았지만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4선 의원, 국회 상임위원장, 당내 요직에 이어 도지사까지 지내 (다른) 선택의 폭이 좁다”고 강조했다.
대권을 꿈꾼 충남도지사들의 색깔은 조금씩 달랐다. 심 전 지사는 행정가에 가깝고, 이 전 총리는 정치인다웠다. 둘 다 첫 출발은 관료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이었던 안 전 지사는 가장 정치적이었다. 양 지사는 “전임 지사들이 먼저 중앙에서 관료나 정치인으로 명성을 쌓은 것과 달리 나는 지역민들과 부대끼며 성장했다”고 차별화했다. 고향 천안에서 변호사를 지내면서 충남육상연맹 등 수많은 단체에서 활동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을 이른다.
양 지사가 대권 의지를 밝히면서 도정 소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비근하게 안 전 지사는 재선에 성공한 2014년 이후 대선 정치에 경도된 모습을 보였다. 대중 강연이나 정치 일정으로 도청을 자주 비워 청내에서는 “도지사 얼굴 잊어버리겠다”는 말이 나왔다.
이를 의식했는지 양 지사는 “성공한 도지사가 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일단 지난 2년의 도정은 차분하고 실속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최우선 도정 목표인 사회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극복은 국가 의제로나 적당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충남형 행복한 주택’을 비롯해 정부가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 모델을 하나둘 쌓아가고 있다.
충청지역민이 대망론에 민감한 건 사실이다. 이제는 충청이 정치의 영역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와 영호남 집권사의 변방이었다는 소외 의식이 동시에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망론이 허망한 끝을 보이면서 “도지사 역할이라도 제대로 할 일이지…”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양 지사의 대권 도전이 또다시 기회비용을 걱정하게 할지, 지역기반 정치의 새로운 성공 스토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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