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태권 발차기 살인’…판사 “머리가 축구공인가”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6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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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살인 혐의 인정하고 징역 9년 선고
태권도 전공 3명, 20대 폭행한 후 방치해
끝내 사망…법원 "범행 후 정황 좋지않아"
"시비 원인도 김씨 등 일당이 자초한 것"
"쓰러진 상태에서 머리 축구공 차듯 차"
범행 행동 재연하기도…무도 윤리 어겨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전공 체육대생 3명에게 1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가운데, 이들은 의식도 없는 피해자의 머리를 축구공으로 차듯 무자비하게 가격했던 것으로 재판에서 드러났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1), 이모(21), 오모(21)씨에게 전날 각각 징역 9년을 이날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다. 법체계가 보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들은 지난 1월1일 A씨를 폭행하고,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 A씨의 머리를 축구공을 차듯 가격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구두를 신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태권도 시합 중에 보호장구를 착용한 선수도 머리 부분을 가격 당하면 기절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가죽 구두를 신은 상태에서 아무런 보호장구도 하지 않은 A씨의 머리를 발로 가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A씨를 한 상가 안 복도로 끌고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오씨는 “CCTV 없지?”라고 말한 후 A씨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이들은 A씨가 복도에 쓰러져 있음에도 A씨를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는 편의점 인근에 모여 자신들의 폭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김씨와 이씨는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한다. 이씨는 택시 안에서 재연 동작까지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A씨를 방치한 것에 대해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했다.

A씨와 시비가 붙은 원인에 대해서도 김씨 등 일당이 자초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씨 등은 클럽 내에서 춤을 추던 중 A씨의 여자친구에게 같이 놀자며 팔목을 잡아당겼다고 한다. 이 일로 시비가 붙었고, A씨가 폭행을 당해 끝내 사망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가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자신의 폭행 부분에 대해서 재연동작까지 취해가며 말했다는 것이다.

재판부 “만 23세의 젊은 나이로 한창 미래를 향한 꿈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던 한 청년이 세상에 그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고통을 받으며 삶을 마감했다”며 “유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양형 이유에 대해 “계획적으로 A씨를 살해하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살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 끝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를 배운 유단자들이고 전국대회 우승 경력까지 있는 ‘무도인’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태권도를 ‘심신의 단련을 통해 인간다운 길을 걷도록 하는 무도이자 스포츠’라고 표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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