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된 전 유도국가대표 왕기춘이 26일 오전 첫 공판이 열리는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해 마스크와 베이지색 수의 차림으로 법무부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2020.6.26/뉴스1 © News1
10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첫 공판일인 26일 오전 11시15분쯤 대구지법 11호 법정에 들어선 그는 신원 확인 과정을 마친 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5분여 만에 종료하고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따른 공판 준비 기일을 오는 7월10일로 잡았다.
일반에 익숙한 유도복이 아닌 수의를 입은 왕기춘의 모습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왕기춘은 오전 9시24분쯤 법무부 호송버스를 타고 대구지법에 도착했다.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운동선수 특유의 ‘만두귀’가 아니었다면 몰라 볼 만큼 현역시절과는 변해 있었다. 그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고개를 재차 떨구었다.
재판정에선 왕기춘이 맞냐고 재판부가 묻자 작은 목소리로 “네 맞습니다”라고 말해 재판부는 다시 한번 대답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직업을 묻자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왕기춘은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도체육관에 다니는 A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B양(16)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갖는 등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1일 구속됐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낯선 수의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그는 한때 ‘유도 천재’로 불리는 한국 유도계의 간판 선수였다.
왕기춘은 서울체고 3학년 시절 200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남자 73kg급 3위에 오르며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2007년 만 19세의 나이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유도선수권에서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왕기춘은 결승전에서 맘마들리에게 13초 만에 한판패를 당했지만, 갈비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왕기춘은 유도 외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9년 경기도 용인시 한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왕기춘은 대한유도회로부터 사회봉사 징계를 받았다.
2012년에는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냈던 그는 2014년 육군훈련소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발각돼 영창 처분까지 받았다.
결국 왕기춘의 이름은 ‘스포츠’ 분야보다 ‘사회’ 분야에 더 많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며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으로 몰락했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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