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전 유도 국가대표가 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2020.06.26.
왕기춘 전 유도 국가대표가 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2020.06.26.미성년 제자 성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32)이 26일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이날 오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왕기춘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왕기춘은 오전 9시24분경 법무부 호송버스를 타고 대구지법에 도착했다.
왕기춘이 수의복을 입은 모습은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베이지색 수의복을 입고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유도선수 특유의 ‘만두귀’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 만큼 외모가 많이 변해 있었다. 현역시절에 비해 부쩍 체중이 불어난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왕기춘이 맞냐?’고 묻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다시한번 묻기도 했다.
그는 직업을 묻자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신원확인을 마친 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받고 싶냐”고 물었고, 왕기춘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5분여 만에 공판을 종료하고 공판 준비 기일을 오는 7월10일로 잡았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인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따지는 배심원 제도다.
왕기춘은 지난 2017년 2월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A 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2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16)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B 양과 주거지나 차량 등에서 10차례에 걸쳐 성관가진 혐의로 지난달 1일 구속됐다.
왕기춘은 한때 ‘유도 천재’로 불리는 한국 유도계의 간판 선수였다.
그는 서울체고 3학년 시절 200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남자 73kg급 3위에 오르며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2007년 만 19세의 나이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유도선수권에서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2008 베이징 올림픽 73kg급에서 은메달을 따며 유도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결승전에서 한판패를 당했지만 갈비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유도 외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9년 경기도 용인시 한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냈던 그는 2014년 육군훈련소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발각돼 영창 처분까지 받았다.
대한유도회는 지난 12일 왕기춘을 영구제명하고, 삭단(단급을 삭제하는 조치) 징계를 내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