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지시로 정 교수의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산관리인이 정 교수 부탁을 받고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부분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증거은닉에 가담한 사실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26일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38)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정 교수가 지난해 8월28일 피고인에게 검찰 압수수색 대비를 위해 하드 디스크 교체를 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정 교수 부탁을 받고 동양대를 처음 방문해 정 교수의 컴퓨터 본체를 가지고 와 보관하다가 돌려달라는 정 교수 연락을 받고 정 교수에게 넘긴 사정 등을 보면 수동적 역할을 해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유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김씨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정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이거 없애버릴 수도 있다. 해드릴까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소지하고 정 교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 사모펀드 관련해 설명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양대에서 본체를 가져온 다음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어려운 피고인 여자친구 명의의 승용차에 본체를 보관했다”며 “이후 검찰 조사가 예정돼 자신이 구속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하드디스크 세 개를 박스테이프에 밀봉·포장한 후 헬스장 개인 사무실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증거들 은닉 당시 수동적 역할만 한 게 아니고 적극적·능동적 역할을 일부 했다”며 “피고인은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개시된 사정을 알게 되자 하드디스크 본체를 은닉하는 대담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형벌권의 적정행사를 방해했고, 게다가 피고인이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 교수 형사사건 관련 주요증거들이 발견된 점을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했고, 본체도 정 교수 측을 통해 임의제출된 점, 피고인이 은닉한 하드디스크와 본체에 자료 삭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자백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살면서 언론·검찰 개혁에 관심 가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수개월간 경험한 이 순간 언론개혁과 검찰 개혁은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임을 절실히 느낀다”며 “이건 제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회에 제출된 정 교수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직전인 지난해 8월28일 김씨에게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김씨는 정 교수로부터 받은 신용카드로 남부터미널 인근 전자상가에서 하드 디스크 2개를 구입하고, 정 교수의 자택 서재에 있는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새 하드디스크들로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사흘 뒤인 31일 김씨는 정 교수로부터 “동양대에 내려가자. 교체할 하드디스크를 챙겨서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정 교수의 자택에서 직접 떼어 낸 하드디스크 2개 중 1개와 정 교수의 아들 컴퓨터에 설치된 하드디스크 2개 등 총 3개를 건네 받았다. 김씨는 이 하드디스크들을 자신이 타고 온 자동차에 보관했다.
그 뒤 정 교수와 함께 동양대로 향한 김씨는 교체 지시를 받고 본체를 들고 나와 승용차에 실었고 이후 하드디스크들과 컴퓨터 본체를 승용차와 자신의 헬스장 보관함에 숨겨둔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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