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이 1700여 명에 이르는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교회 관련 확진자들은 서울 특급 호텔과 대기업 등의 직원이거나 고교 교사, 서울대 학생 등이 포함돼 관련 시설이 상당수 폐쇄되기도 했다. 또 다시 교회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나온 데다 지역 감염으로도 번지는 양상을 보여 방역당국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 확진자, 대부도 MT와 성가대 연습 함께 해
“딸이 걱정된다고 얼른 검사를 받으라고 성화여서….”
26일 오후 4시경 관악구에 있는 왕성교회 주차장에서 만난 이모 씨(60·여)는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임시로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엔 교인 60여 명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렸다. 모두 마스크를 썼지만 눈빛에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교인 1715명에 이르는 왕성교회 주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발칵 뒤집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왕성교회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26일 오후 8시 기준 15명으로 늘어났다. 24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25, 26일 14명의 추가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며 집단감염으로 번졌다.
왕성교회의 집단 감염은 최초 확진자 A 씨(31·여)가 참여한 수련모임(MT)과 성가대연습 을 통해 확산된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 다녀온 MT에서 접촉이 이뤄지며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2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A 씨는 22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A 씨는 18일 교회 성가대원 12명과 연습을 했다. 19, 20일에는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서 열린 MT를 다녀왔다. 21일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진행한 교회 청년부 예배에도 참석했다. 이날 예배에는 교인 299명이 있었다.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밀접접촉자 41명을 대상으로 한 검체검사 결과, MT 참가자 10명과 성가대원 3명 등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증상이 먼저 나타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성교회는 출입자 명부 작성과 발열 체크, 손 소독제 비치, 좌석 띄우기 등은 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인인 이모 씨는 “설교 전 목사가 ‘마스크를 코까지 올리라’고 할 정도로 예배 중 방역에 신경 썼다”고 전했다.
● 특급호텔 사우나 직원과 고교 교사, 서울대생도 감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의 남성사우나에서 근무하던 교인(24)도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21일 왕성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이후 22~24일 오전 5시 반경부터 오후 3시경까지, 25일 오후 1시 40분부터 2시 37분까지 호텔에서 라커룸 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방역당국은 26일 오전 11시경 호텔 8층 피트니스센터와 9층 사우나를 폐쇄했다.
25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대 자연과학대 재학생(23·여)도 왕성교회 교인이다. 이 학생은 양성 판정을 받기 전인 23, 24일 논문 심사 등을 위해 학교에 다녀갔다. 서울대는 “학생이 다녀간 건물 2개 동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3관 5층에서 근무하던 외주업체 직원도 확진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관악구 거주자로 왕성교회 관련 접촉자로 분류된다”고 했다. 이 직원이 근무한 5층은 폐쇄됐고, 같은 층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검체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확진된 교인 중에는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교사도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해당 교사는 전날까지 출근해 수업을 한 것으로 확인돼 밀접접촉자를 확인 중”이라 전했다. 25일 경기 용인시에서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사는 30대 남성 교인도 확진됐다. 이 남성은 한 금융그룹 데이터센터에 근무하며,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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