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 입주민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소재 A아파트 경비원 최모씨를 기리기 위한 49재(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 의례)가 이날 치러진다.
27일 A아파트 앞에서 만난 경비원 최씨의 유족 최모씨는 “이렇게 억압을 당하고 갑질을 당해서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동생이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라고 전했다.
49재를 치르기 위해 이날 오전 8시20분께 동생의 생전 유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나온 최씨는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며 “갑질 없는 세상, 정말 좋은 세상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겠지만, 여럿이 다 함께 가면 목적지까지 차분히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아파트 단지 내에는 경비원 최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기 위한 입주민 10여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49재라고 하면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 아니냐. 그래도 인사는 드리지 않을 수 없어서 나왔다”며 “(최씨의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에도 우리 아파트는 아니지만 계속 비슷한 사건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데, 보내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했다.
이어 “(경비원 최씨는) 워낙 인사를 잘 하시고, 입주자들에게 어려운 점이 있으면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뛰어와서 도와주셨던 분”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최씨가) 좋은 곳에서 다시 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유족 등은 경기 포천에 위치한 도성사에 최씨의 유골을 안치하고, 49재를 통해 그를 기릴 예정이다.
최씨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하고 그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 아파트 입주민 심모(48)씨는 지난 4월21일 최씨를 처음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3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최씨가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심씨는 같은 달 27일 최씨를 2차로 폭행하고, 사표를 쓰라고 요구하는 등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심씨는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까지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 등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이같은 심씨의 감금·폭행 및 협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심씨에 대해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그를 재판에 넘겼다. 심씨에게는 ▲상해 ▲특가법상 보복감금 ▲특가법상 상해 ▲강요미수 ▲무고 ▲특가법상 보복폭행 ▲협박 등 혐의들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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