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제주에 ‘119 트라우마 관리센터’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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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까지 321억 들여 구좌읍에 신축… 심리상담-명상치유 프로그램 등 운영
최종 예산심의에 빠져 성사는 미지수

제주 제주시 탑동 앞바다 해안에서 최근 소방대원들이 바다에 빠진 여성을 구조했다. 이처럼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사건 사고 현장을 경험한 뒤 트라우마로 고충을 앓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 제주시 탑동 앞바다 해안에서 최근 소방대원들이 바다에 빠진 여성을 구조했다. 이처럼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사건 사고 현장을 경험한 뒤 트라우마로 고충을 앓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해 8월 5일 울산소방본부 농소119센터 소방장 A 씨(당시 41세)는 울산의 한 저수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사물함에는 근무복과 함께 3년 전 사망한 동료인 B 소방사의 근무복이 영정처럼 걸려 있었다. 이들 소방관은 태풍 ‘차바’로 인한 집중호우로 차량에 갇힌 주민을 구하러 갔다가 B 소방사는 숨지고 A 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후 A 씨는 후배를 잃은 자책감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트라우마)를 겪다가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정신적 고통이나 신변 비관, 가정불화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9명이다. 같은 기간 순직한 소방공무원 19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소방공무원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30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지난해 전국 소방공무원 5만2759명 가운데 4만9649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응답이 2804명으로 5.6%를 차지했다. 2308명(4.6%)이 우울증이 있다고 답했고 1만2577명(25.3%)은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이 위험 수준에 이르면서 직무 스트레스 해소와 트라우마 치유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심신 건강을 증진할 시설은 없다.

소방청이 제주지역에 ‘119 트라우마 관리센터’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센터를 건립해 트라우마, 우울증 등 정신적 고충을 완화하는 휴식과 긍정적 마인드 훈련으로 심신 건강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트마우마관리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일대로, 3만5013m² 규모다. 이 부지에 내년부터 2023년까지 321억5000만 원을 투입해 마인드 훈련, 숙박 등을 위한 건물을 신축한다.

전문심리상담사를 배치해 방문객에 대한 상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마인드 훈련 시설에서는 심리상담, 집중케어, 수(水)치유, 명상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트라우마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이 걸림돌이다. 2018년 기획재정부 심의 결과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고 지난해 설계비 12억 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최종 심의에서 빠졌다. 사업 예정 부지가 제주도 소유여서 제주도와 협의를 마쳤지만 교환용 국유지에 대한 승인을 얻지 못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소방청은 트라우마센터 건립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할 계획이다.

정병도 제주도 소방본부장은 “트마우마센터가 설립되면 소방공무원은 물론이고 재난 피해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소방방재청#119 트라우마 관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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