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 등 21개 ‘차별금지’ 명시… ‘차별’ 발생땐 시정권고 가능하게
종교계 우려엔 “이해 구하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제정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가 국회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의 입법 의견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2006년 인권위가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뒤 14년 만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회에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이를 의결했다.
최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평등법이 존재한다”며 “국내도 공감대가 무르익었다”고 했다. 4월경 인권위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5개 장과 39개 세부 조항으로 구성된 평등법 제시안도 공개했다. 제시안은 차별의 개념을 직접차별과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행위로 나눴다. 차별 유형은 성별과 장애, 나이, 인종에 의한 차별 등 21가지로 구분했다. 일부 종교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종교단체의 신념은 종교적 자유로 보되 대화와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제시안에 따르면 차별이 발생할 경우 인권위는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권고 대상이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소송을 지원할 수도 있다. 차별이 악의적이라 인정되면 재산상 손해액의 3∼5배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하거나, 차별 신고를 했다고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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