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원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각각 제시했다. 올해도 양측이 요구하는 액수 차이가 커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측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인한 근로자 측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공개했다. 근로자 측은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8590원)에서 16.4% 오른 1만 원을, 사용자 측은 2.1% 줄어든 8410원을 각각 내놨다.
사용자 측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삭감안을 제시했다.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 최초 요구액으로 삭감안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사용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위기 등을 삭감의 근거로 들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돼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주들의 고통이 크다”고 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내놓은 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2020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역성장을 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또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용자 측은 고용 유지를 위해서라도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자 측은 2년 연속 1만 원을 요구했다. 월급으로는 209만 원 수준이다. 2016년부터 근로자 측은 2018년의 1만790원을 제외하면 매번 1만 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고 있다. 근로자위원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영위하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경영계는 인상률 숫자에만 주목하지 말고 왜 이렇게 인상할 수밖에 없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제도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인데 사용자위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임금 근로자들의 현실과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서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 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 원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경제단체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면 영세업체의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박준식 위원장(공익위원)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양측에 요구했다. 양측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5차 전원회의를 열고 협상을 이어간다. 이때 양측이 수정된 제시안을 들고나올 예정이지만 어느 선까지 의견 접근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저임금 심의는 근로자와 사용자 측이 낸 최초 요구안의 격차를 좁혀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저임금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고용부 장관의 최종 고시 전에 있을 수 있는 이의신청, 재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13일까지는 결론을 내야 한다. 올해는 진통을 겪고 있는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까지 맞물려 최저임금 협상 과정이 예년보다 더 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예년에 비해 늦게 시작해 심의 기간이 짧은 편”이라며 “사용자 측 제시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겠지만 전원회의에 불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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